주민들 “곤파스 늑장 복구, 피해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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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녹지로 사랑 받아온 우면산은 이번 폭우엔 괴물로 변했다. 강남 일대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형촌마을과 전원마을 등의 인명 피해가 컸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9월 발생한 폭우 피해의 복구 공사가 더디게 진행돼 이번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우면산 생태공원 아래 있는 형촌마을은 폭우로 생태공원 안에 있는 저수지 물이 넘치면서 참변을 당했다. 사유지인 이 저수지는 그동안 서초구에서 두꺼비 생태체험교실 등으로 이용하던 장소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된 낡은 시설을 보수하지 않은 채 물을 담아 둔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이쌍홍 서초구 공원 녹지과장은 “저수지에 물이 넘치면서 둑이 부서지고 산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전진단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현황은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초구가 우면산 곳곳에서 진행한 공사도 산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태풍 곤파스 영향으로 허물어진 계곡과 제방을 복구하기 위한 공사가 지연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용조 서초구 공원녹지과 팀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유점사 약수터와 덕우암 약수터다. 올 4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6월부터 32일 동안 비가 내려 공기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복구 공사 공정률은 70%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서초구의 늑장 공사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구는 이를 부인했다. 황 팀장은 “공사장은 비 피해가 큰 전원마을·형촌마을과는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초구는 유점사 약수터와 덕우암 약수터 아래에 있는 방배3동 아파트를 덮친 산사태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우면산은 지난해에도 태풍 곤파스와 집중 호우 때문에 피해가 났는데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우면산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 진행돼 지반이 약해져 있다가 이번에 폭우로 무너져 내렸다는 주장도 있다.

전영선·최모란 기자

◆우면산(牛眠山·293m)=서울 서초구 서초동, 방배동, 양재동, 우면동에 걸쳐있는 산으로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87년 예술의전당이 우면산 기슭에 개관됐으며, 산 주위로 아파트와 단독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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