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블로그에 음란물 올린 방통심의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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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자기가 몸담은 심의위가 이미 ‘음란물’로 규정한 남성 성기 사진들을 버젓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어린이·청소년도 볼 수 있는 ‘전체 공개’ 게시였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그는 블로그에 “사진들은 자기 표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고 썼다.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유분수다. 잘못을 사과하지는 않고 어디서 군색한 억지논리인가. 그나마 게시물이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는 느꼈는가. 그의 일탈과 궤변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모독하고 있다.

 박 위원이 올린 사진들은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음란물 판정·삭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반대한 결정이었다 해도 멋대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불법행위다. 게다가 그는 정보통신망법 외에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제27조 2항)까지 어겼다.

 방통위는 오늘 통신심의소위를 열어 소속 위원(박 위원)의 게시물을 심의한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그러나 박 위원이 어제 사진들을 삭제했기 때문에 안건 자체는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로 끝내선 안 된다. 그는 군대 징집을 피하려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로 재작년 미디어발전국민위 위원으로 활동해 논란을 빚었다. 방통심의위원은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됐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번 사태는 여야나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건전한 윤리의식과 우리 아이들의 음란물 노출 방지에 관한 문제다. 박경신 위원은 방통심의위원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