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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의 〈에린 브로코비치〉 압도적 1위

중앙일보

입력

줄리아 로버츠가 타이틀 롤을 맡은 법정 드라마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가 3월 17일에서 19일까지 북미의 2848개 극장에서 2814만불의 엄청난 흥행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흥행 1위로 데뷔하였다. 이는 〈스크림 3〉(3470만불)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높은 주말 수입인 동시에, 97년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가 벌어들인 3140만불에 이어 역대 3월 개봉작들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개봉주말 수입이다.

이같은 〈에린 브로코비치〉의 빅히트에 따라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하였던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SF 대작 〈미션 투 마르스(Mission to Mars)〉는 1138만불의 수입으로 2위로 내려앉았고, 〈에린...〉과 함께 개봉한 〈파이날 데스티네이션(Final Destination)〉이 1002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3위로 등록하였다.

이어서, 가족 관객들의 호평속에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마이 독 스킵(My Dog Skip)〉이 527만불의 수입으로 4위에 올랐고, 지난 주말 2위로 개봉했던 〈9번째 문(The Ninth Gate)〉은 353만불의 수입을 올려 5위를 차지하였다.

또, 눈앞에 다가온 오스카상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작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아메리칸 뷰티〉와 〈사이더 하우스 룰(The Cider House Rules)〉는 각각 316만불과 248만불의 수입으로 7위와 8위를 기록하였다. 이중에서 〈아메리칸 뷰티〉가 27주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3백만불로서 작품상 후보작 5편 중 〈식스 센스〉와 〈그린 마일〉에 이어 세 번째로 1억불의 수입을 올리는 영화가 되었다.

한편, 〈식스 센스〉 역시 오스카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는 128만불의 수입을 올려 16위에 랭크되었다. 할리우드의 관계자들은 〈식스 센스〉가 오스카 시상식을 전후해서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누르고 역대 흥행 10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주말 1위로 개봉한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를 둘러싼 이야기중에서 최고의 화제는 제작사가 줄리아 로버츠에게 여배우 사상최고의 개런티인 2천만불을 지급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에린...〉의 미국내 배급을 담당한 유니버설과 세계배급을 담당한 콜롬비아사가 반씩 분담한 영화제작비 5천만불의 40%에 달하는 액수이다. 로버츠가 이렇게 짐 캐리와 아담 샌들러 수준의 출연료를 받은데 대하여 유니버설의 회장인 스테이시 스나이더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면서 "이번일로 이분야에서 성차별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에린...〉이 엄청난 개봉수입을 올림으로써 유니버설사는 줄리아 로버츠의 개런티가 아깝지 않게 되었는데,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 사의 대표인 폴 데저베리언은 줄리아 로버츠의 스타 파워에 대하여 "〈에린...〉은 당신이 아는 종전의 로버츠 식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로버츠의 이름이 붙기만 하면 그 어떤 영화라도 관객들은 볼 준비가 되어있는 듯 하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로 〈에린...〉의 개봉 주말수입은 줄리아 로버츠 자신의 영화들 중 〈런어웨이 브라이드〉의 3500만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흥행분석가인 기테쉬 판디아는 적어도 이 영화가 향후 3주간은 주말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는데, 만일 이 영화가 1억불을 돌파한다면, 줄리아 로버츠는 지난 10년동안 무려 8편이나 1억불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주인공이 된다. 이를 능가하는 이는 톰 행크스 뿐으로 그는 두 편의 〈토이 스토리〉를 비롯하여 9편의 1억불 돌파기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에린...〉과 비슷하게 수질오염을 다룬 법정드라마로서 이미 97년의 〈레인메이커〉와 작년의 〈시빌 액션〉(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 차이점은 〈에린...〉과 달리 영화는 주인공의 패소로 끝난다는 점)이 있지만 로버츠의 스타성은 남성스타인 맷 데몬(〈레인메이커〉)과 죤 트라볼타(〈시빌 액션〉)를 압도하는 것임이 판명되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와 〈표적〉 등을 연출한 명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는 줄리아 로버츠 외에 〈톰 존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드레서〉, 〈화산아래서〉로 네 번이나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명배우 알버트 피니와 〈애니 기븐 선데이〉의 아론 액커트가 공연하고 있다. 또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한 영화의 각본은
〈에버 애프터〉와 디즈니의 〈포카혼타스〉의 각본을 맡았던 수잔나 그랜트가 담당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하는 실존인물 에린은 두 번의 이혼경력후 직장도 없이 아이 셋을 어렵게 키우는 무일푼의 여성이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교통사고로 파산선고를 받은 그녀는, 생계수단으로 교통사고를 담당한 변호사인 에드(알버트 피니)에게 간청한 끝에 그의 법률회사에 말단직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러던 1992년의 어느날, 서류 정리도중 우연히 의료기록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전력사업을 하는 대기업 PG&E 사의 공장이 크롬 성분이 있는 오염물질을 대량 방출하여 인구 650명의 작은 마을인 힝클리의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을 질병에 걸리게 했다는 심증을 굳힌 그녀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마침내 에드의 허락을 받아내고 조사에 착수한다. 정작 피해를 입고 있는 마을 주민들마저도 처음에는 그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었으나, 그녀의 고집스런 집념으로 인하여 서서히 그녀의 주장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특히 그녀의 이웃인 죠지(아론 액커트)가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운다. 각 집을 돌면서 600명 이상의 고소인 서명을 받아낸 후, 에린과 에드는 메이져급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해나가는데, 4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PG&E 사는 수질오염을 일으킨 죄목으로 미국법정사상 최고의 배상액인 3억 3300만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여러 가지의 장애를 극복한 그녀는 마침내 그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동시에 그녀 삶을 재창조한 것이다.

실제의 브로코비치는 현재 LA 교외에서 살고 있는데, 그녀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직 꽉 죄는 스커트를 즐겨입으며 (수요일 있은 시사회때에도 그녀는 짧고 푸른 드레스를 입고왔다) 욕설을 곧잘 퍼붓고는 해서 그녀가 근무하는 법률 사무소의 다른 여성들의 화를 돋구고는 한다고 알려져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실제 에린에 대하여 "에린은 놀랄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모든 상황을 극복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였을 뿐, 다른 이를 위하여 스스로를 바꾸지 않았고, 이 점이 그녀를 정말 놀랄만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고 평했다.

실제로 줄리아 로버츠에게도 에린처럼 인생의 역경과 그 극복의 단계는 있었다. 로버츠는 90년의 빅히트작 〈귀여운 여인〉으로 스타덤에 올라섰으나 94년의 〈아이 러브 트러블〉의 실패와 사생활에서 라일 로벳과의 결혼 스캔들로 인하여 인기가 급하락하는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97년 재기작인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가 성공을 거두고, 작년의 〈노팅 힐〉, 〈런어웨이 브라이드〉가 모두 1억불을 훨씬 넘는 대히트를 기록함에 따라 개런티 2천만불의 완벽한 스타부활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는 법정영화가 아니다."면 "이는 스스로가 바라본 자기자신과 남이 바라본 자기자신을 화해시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만일 쥴리아가 에린에 대한 연기에 빠져들 준비가 안되었다 할지라도 나는 그녀를 추천했을 것이다."고 로버츠의 인생역경이 에린을 완벽하게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린 브로코비치〉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할리우드로의 변절이 내키지는 않지만 영화자체는 좋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뉴욕 타임즈의 A.O. 스코트는 "이 영화가 스테레오 타입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을 울리고 또 웃길 것임에 틀림없다. 또 관객들을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올해의 가장 만족스런 영화이다."고 호평을 보냈고, 토론토 글로브 & 메일의 릭 그로운은 "이 영화보다 더 철저하게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영화는 없을 것이다. 솜씨좋게 포장되어있고, 완벽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을 잘 다루는 일종의 훌륭한 나쁜 영화(good bad movie)라고 할 수 있다. 어쨋듯 보는 이들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된다."고 평했으며, 토론토 스타의 피터 하웰은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가 이 영화를 통하여 할리우드식 감독으로 변절한 것에 대하여 비난하면서도, 결론적으
로는 "간혹 어떤 변절은 허용할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에린...〉에 대하여 약간의 비난도 없이 격찬을 보낸 평론가로서 달라스 모닝 뉴스의 필립 원치는 "신랄하면서 즐겁기까지 하다."고 박수를 보냈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줄리아 로버츠가 여성으로서는 최고 개런티인 2천만불을 받았다는데, 그녀는 충분히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그녀의 연기에 격찬을 보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악평을 하기도 하였는데,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에린...〉은 케이블 TV의 다큐드라마 수준의 깊이와 통찰력으로 이루어진 각본을 가지고 있다."며 이 영화에 대하여 엄지손가락을 내렸다.

예상밖으로 1천만불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이번 주말 흥행 3위로 개봉한 뉴 라인 시네마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Final Destination)〉는 10대물이 뜸한 3월 시즌을 겨냥해 만든 틴에이
저용 호러물이다. 이 영화의 깜짝 성공이 더욱 돋보이는 점은 영화에 〈아메리칸 파이〉의 숀 윌리암 스콧을 제외하고는 유명한 아이돌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데다가 R 등급을 받아서 10대들이 즐기기 힘들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죽는 운명은 정해져 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운명을 속인다'는 다소 동양적이면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점이다.

TV 〈X-파일〉 에피소드 등의 TV물 제작자(일부는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로서 알려져 있는 제임스 왕이 공동각본과 함께 연출을 담당하였는데, 이번이 그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작년에 개봉한 공포물 〈아이들 핸드〉의 대번 새워, 〈그들만의 세계〉, 〈헌티드 힐〉의 알리 라터가 주연을 맡아 숀 윌리암 스콧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알렉스 브라우닝(대번 새워)은 그의 고등학교 불어반 친구들과 파리로 출발히려는 순간, 비행기안에서 강렬한 환영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비행기가 출발과 동시에 폭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본 것. 그는 모두 곧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주장하고, 한차례 혼란이 있은 후에 알렉스를 포함한 7명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다. 공항 라운지로 돌아왔을 때, 알렉스와 그의 친구인 빌리(숀 윌리암 스콧)와 토드, 알렉스를 본능적으로 따른 클레어(알리 라터), 알렉스를 비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카터와 그녀의 여자친구 테리, 그리고 학생보호를 위하여 비행기에서 내린 류턴 선생까지 7명의 사람들은 엄청난 비행기 폭발을 직접 목격한다. 하지만 사건후 오히려 생존자들은 알렉스의 무시무시한 예지력에 공포를 느끼고, 또한 FBI는 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스스로 혼란에 빠진 알렉스는 어찌되었든 그를 비롯한 생존자들이
쉽게 말해서 자신들에게 다가온 죽음의 운명을 속였고, 이러한 자신들의 운명이 오래가지 못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클레어를 제외한 생존자중 누구도 알렉스를 믿지않고, 이들에게 죽음의 사신이 다가온다.

〈파이날 데스티네이션〉에 평론가들의 보낸 반응은 다른 10대 호러물에 일반적으로 보내는 반응과 유사하였다.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영화는 죽음을 속이는 것으로 시작해서 관객을 속이는 것으로 끝난다."고 혹평했고,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제이미 버나드는 "그저 평범한 공포물"이라고 평했으며, USA 투데이의 수잔 우슬로지냐는 "실망스런 넌센스극"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AP 통신의 밥 토마스 만은 "〈파이날...〉은 그 독창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면서 "올 봄의 슬리퍼(깜짝 히트작)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나인 야드〉가 327만불의 수입을 올려 5위를 차지하였고, 체비 체이스 주연의 가족용 코메디물 〈스노우 데이즈(Snow Days)〉와 만화영화 〈티거 무비(The Tigger Movie)〉가 각각 221만불과 177만불의 수입으로 9위와 10위를 기록하였다.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사에 따르면 이번 주말 3일동안 상위 12위까지의 영화들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7462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의 수입보다 10%가 증가한 결과이고,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포스 오브 네이쳐〉가 1위로 개봉하였던 작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도 무려 22%가 증가한 수치이다.

사진
〈에린 브로코비치〉
〈파이날 데스티네이션〉
〈미션 투 마르스〉
〈마이 독 스킵〉
〈9번째 문〉
〈아메리칸 뷰티〉
〈사이더 하우스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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