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 설치 작품전 '사람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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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토우 설치작업으로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관과 동시에 특별상을 수상했던 전수천(53) . 그가 2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인간 욕망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람의 얼굴' 전을 선보인다.

지난해말 종묘에 '지혜의 상자' 설치 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도 비디오와 사진을 이용한 설치작품 5점을 보여준다.

전수천은 " '지금' 과 '여기' 라는 단어가 좋다" 고 말한다.

"지금 여기 펼쳐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원초적 욕망에 흥미를 느낀다" 는 것. 인간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했던 그는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를 캐내려 하는 것 같다.

대형 스크린을 앞에 두고 남근석을 세운 '하얀 밤' 은 무속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이다. 하얀 밤은 모든 것이 0으로, 무(無) 로 회귀하는 시간이다. 남근석의 주변엔 밀랍으로 떠낸 손과 발이 뒹굴고 있다.

스크린에는 춤추는 무녀.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분만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는 산모 등 갖가지 여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남근석과 조응하는 듯 성적 본능을 드러내는 여인도 스쳐 지나간다.

고대 그리스 신상의 사진을 세우고 머리 부분과 양 옆에 TV모니터를 설치한 '생각하는 사람' 이 옆에 놓인다.

왼쪽 모니터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이, 오른쪽 모니터에는 반가사유상이, 그리고 윗쪽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이 두 작품이 조금 엄숙하다면 달걀 수십 개를 철판에 담고 그 위를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덮은 '달걀 2000년' 은 익살기가 가미됐다.

'아이큐와 몸무게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달걀이 깨진다' 는 문구가 씌어진 이 작품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놀이다.

보통 사람이 올라가면 아크릴판이 달걀과 2~3㎜ 정도 남기고 멈춘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하지 말라는 것을 더 하고 싶어지는, 그리고 위험해보이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부터 4월30일까지 열리고 있는 베를린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 개관기념전에서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4월16일까지.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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