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MW 전설’ 뱅글, 갤럭시를 부탁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크리스 뱅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56)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7년간 독일 BMW에서 디자인을 총괄한 ‘천재 디자이너’ 뱅글이 최근 삼성전자와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하고, 지난 13∼15일 서울 서초사옥을 방문했다. 뱅글은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디자인 관련 책임자 등을 만나 구체적인 디자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뱅글은 삼성전자와의 계약 내용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려 왔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맺은 정확한 계약 조건과 구체적인 작업 내용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삼성전자로 간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도 그 재미있는 루머를 들었는데, 루머는 루머일 뿐 얼토당토않다(ridiculous)”라고 밝혔었다.

 방한 기간 동안 뱅글을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노트북을 디자인한다고 들었다”면서 “각각의 제품 디자인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며 건당 수십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 작업은 이탈리아에 마련된 뱅글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뱅글은 2009년 초 돌연 BMW 총괄 디자이너직을 사임했다. 가전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뱅글이 BMW를 그만둔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였다.<본지 3월 11일자 e1면> 당시 두 회사 모두 영입에는 실패했다. 이번 역시 뱅글은 삼성전자에 정식 합류하는 대신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차 측은 크리스 뱅글과 계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고급화 선언 이후 해외 초일류 디자이너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뱅글과 선이 닿았다. 삼성은 그가 디자인할 스마트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뱅글이 북미와 유럽 소비자의 심미안을 자극할 만한 디자인적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어서다.

심재우 기자

◆크리스 뱅글=미국 위스콘신대 영문학과와 패서디나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1992년 10월 BMW에 합류했다. 뱅글의 대표작은 7시리즈의 트렁크 부분. 트렁크를 치켜올리면서 ‘뱅글의 엉덩이’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명성을 재확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