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개발 공사비 인상 제동 걸릴까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입찰 때는 해당 사업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를 최소한으로 써 내고 시공사로 선정되고 난 뒤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를 올려 받는 게 보통이죠. 아마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재개발·재건축 사업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입찰 때는 공사비를 낮게 써내고 나중에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증액해 조합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돼 왔다.

가령 A사가 입찰에 들어온 건설업체 중 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내 선정됐다고 해도 이후 특화사업이나 원설계의 대안 등을 제시하며 공사비를 부풀려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 증액된 공사비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합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 들 것 같다.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 때 시공사가 무분별하게 공사비를 인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고시한 덕분이다.

재개발·재건축 구역 “부담 줄 듯”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의 주요 골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이 의무적으로 예정가격 제시 ▶시공사가 조합이 제시한 원설계의 대안으로 입찰할 경우 예정가격 범위 안에서만 입찰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금액 추가 발생 근거가 명백하면 공사비 증액 가능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조합이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예정가격을 제시하는 건 선택사항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이를 의무화해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가 선정 후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올리려 할 때 조합이 제시한 예정가격이 기준점이 되게 했다.

가령 한 조합이 공사비 예정가격을 400억원으로 제시했다면 시공사는 입찰 때나 시공사로 선정된 뒤에도 예정가격인 400억원 이상으로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시는 또 그동안 혼용돼 사용되던 ‘특화’와 ‘대안’의 용어 정의를 명확히 했다. 대안은 원안설계와 비교해 동등 이상의 기능이 있고 공기단축·비용절감이 가능한 설계로써 예정가격과 사업시행인가의 경미한 변경 범위 안에서 제시하도록 했다.

특화는 시공사가 조합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품목으로 TV·냉장고 등 무상 제공할 품목의 규격·수량 및 금액 등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특화 또는 대안 계획을 제시하려면 시공사는 도면과 산출내역서 및 대안설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공관리자제도 적용 구역만 대상

특화·대안을 이유로 공사비를 올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실제 공사비 증가 요인이 있고,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면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 공사비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이 투명해지고, 무분별한 사업비 증액을 차단해 조합원의 부당한 분담금 인상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구역들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 재개발 예정구역 관계자는 “조합의 사전 준비과정이 어려워지겠지만 조합이 준비를 잘만 하면 시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 시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모든 재개발·재건축 구역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개정안은 공공관리자제도가 적용되는 구역에서만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공공관리자제도 관련법이 발효된 지난해 7월16일 이후 시공사가 선정된 구역에 적용된다.

지난해 7월16일 이전에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구역은 공공관리자제도 적용 대상도 아니므로 이번 개정안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7월16일 이전에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지만 소송을 통해 시공사 선정이 무효화된 구역은 개정안 적용을 받을 수 있다.

▲ 재개발·재건축 구역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시공사의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