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평창의 두 가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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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에릭 리제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사장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국인들에게 벅찬 기쁨을 안겼지만 동시에 큰 숙제를 남겼다. 바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그린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성공적으로 치러낼 것인가다. 그린 올림픽은 사실 새로운 화두는 아니다. 특히 1994년에 열린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 올림픽은 지금도 그린 올림픽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릴레함메르는 친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을 수 있었다.

 가건물과 컨테이너 박스 등을 활용해 선수단의 숙박시설을 꾸미고 폐막 이후에는 철거해 환경 파괴를 막고 관리비용 문제에서도 벗어난 덕이다. 반면에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과잉투자로 인해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성공적인 그린 올림픽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경기들이 열렸던 리치먼드 오벌 경기장은 지붕 구조물을 재선충병이 걸린 소나무로 제작했으며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생활용수로 재활용했다. 또 선수촌 지붕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난방열을 제공했다. 옥상에는 빗물 축적 장치를 달아 빗물조차도 난방과 조경 등을 위한 용수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실패한 올림픽일지 모르지만 건축자재의 재활용은 물론 태양열·풍력·지열 등 대체에너지의 사용을 극대화한 성공적인 그린 올림픽이었다.

 평창은 이 모든 것들을 교훈 삼아 친환경과 경제성 두 가지를 다 잡아야 한다. 인프라의 설계 단계부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인프라 구축 이후에도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는 80여 개국의 선수단과 임원·보도진 등 3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어디서 만들어 낸단 말인가. 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그 투자 비용은 고스란히 만성적자로 쌓이고 말 것이다.

 결국 친환경과 에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해답은 적극적인 에너지 관리 인프라 구축을 통한 에너지 고효율 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3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노스 앤도버는 에너지 관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친환경과 경제성을 모두 잡은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노스 앤도버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매리맥강을 따라 펼쳐지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져 꽤나 전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조명·건물제어는 물론 신재생 에너지 활용, 공장 자동화 등 최첨단 에너지 관리 인프라가 존재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지만 절감되는 에너지를 측정해 보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스 앤도버의 투자 회수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날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내일 써야 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됐다. 에너지 효율은 가장 깨끗하고 빠르고 저렴한 에너지 자원인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달성시켜 주는 것은 결국 에너지 관리 인프라 강화에 달려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친환경과 경제성을 모두 잡은 가장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힐 수 있기를 바란다.

에릭 리제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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