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정보소유권 다시 도마위에

중앙일보

입력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연구결과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게놈 데이터의 소유권에 관한 까다로운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클린턴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이날 양국에서 동시에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인간게놈 정보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이 인류의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고 세계인의 건강은 물론 인간 삶의 질 자체를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일부 과학자들이 앞서 자신들의 인간게놈 연구 결과를 공개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모든 과학자들이 이들의 선례를 따라 줄 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의 성명은 양국 국립보건원이 공동추진중인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미국의 민간기업인 셀레라 게노믹스(CG)간의 협의가 깨진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당초 협의의 목표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는 인간게놈에 관한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양국 정상의 성명도 과학자들은 인간게놈에 관한 1차 자료를 공개하고 기업들은 이를 토대로 개발한 발명품에 대해 특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CG사는 앞으로 연구과정의 마지막 3%만 더 수행하면 인간게놈의 배열방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를 완결한 뒤에야 ''광범위하게'' 정보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CG의 크레이그 벤터 사장은 게놈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법을 가능케 하는 분자들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특허출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많은 생명공학 기업들이 원하는 방식이다.

증시에서는 클린턴-블레어 성명이 나오자 생명공학 주들이 대량 매물로 나오면서 나스닥 지수가 200포인트나 떨어졌으며 CG사의 주가도 21.2%(40달러)나 곤두박질쳤다.

물론 이들의 성명이 게놈 연구와 관련된 특허권마저 무시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적 재산권은 새로운 건강 의약품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과학자들의 발견에 대한 보호와 제품판매의 성공을 위해 특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특허정책 유지 방침에 대해서는 CG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생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30억개 이상의 염기와 약 10만개로 추정되는 인간 유전자 및 그 배열방법을 파악하는 작업으로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내년에만 4억4천800만달러의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과학자들은 완전한 인간게놈 지도를 통해 질병을 야기하는 유전자나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찾아낸 뒤 유전자 자체를 이용한 질병법을 개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파킨슨씨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분리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 인간 유전자 지도는 올해 말 초안이 나온 뒤 오는 2003년 완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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