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너무 많은 사업영역 운영 … 생존 위해선 특단의 조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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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의 리타 맥그레이스(51·사진) 교수가 삼성에 대한 조언을 내놓았다.

5일부터 나흘간 KAIST 경영대학원 EMBA 과정의 해외현장실습을 담당하던 중 뉴욕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지난달 삼성TV를 구입한 뒤로 지불한 가격 이상의 만족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은 너무 많은 사업영역을 영위하고 있어 제품과 디자인의 수명이 지나치게 짧은 불확실성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검토할 만한 해법 두 가지를 내놓았다.

 하나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함으로써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전해줄 것, 또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처럼 세월이 지나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의 IBM이 서버·PC를 판매하는 하드웨어 업체에서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그레이스 교수는 “일본의 소니는 신성장동력으로 밀어붙인 영화·음악 같은 콘텐트 진영과 기존의 하드웨어 진영이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내분 조짐마저 보여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면서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집중해온 삼성도 한 번의 오판에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니가 콘텐트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기존 사업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시너지를 내지 못한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삼성은 최근 들어 스마트TV·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 번의 오판으로 기회를 놓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핀란드의 노키아를 들었다. 그는 “노키아는 4세대(4G) 통신방식인 롱텀에볼루션(LTE)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다양한 통신방식이 쓰이는 미국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불확실성 시대에는 전체적으로 일관성은 유지하되 과감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불확실성 시대의 중요한 개념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듬거리지만 성공을 향해 나가는 회사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 비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별적으로 번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심재우 기자

◆리타 맥그레이스=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기업이 어떤 경영전략을 펼쳐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저서로 『마케팅을 혁신하는 5가지 원칙』(세종서적), 『Dicovery-Driven Growth』(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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