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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누가 최강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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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7보(67~80)=지난해 세계대회 4관왕 쿵제 9단의 돌연한 난조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약점이 없는 기사” “세계 랭킹이 있다면 단연 1위” 등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그와 만난 상대 기사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쿵제의 바둑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절망감마저 느끼곤 했다. 한데 올해 들어 쿵제는 마치 잠수함처럼 사라졌고 세계무대에서 도통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중국 랭킹에서도 6, 7위권으로 미끄러졌다. 이상하다. 벌써 쿵제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쿵제도 허망하지만 우리의 ‘느낌’이란 존재는 또 얼마나 허망한가.

 구리 9단은 67부터 77까지 깨끗하게 살았다. 백은 이 삶을 막을 수 없다. 가령 68로 ‘참고도’ 백1로 두는 것은 무리수. 흑2 선수로 끊긴 뒤 4를 당하면 수습 불능이 된다. 이 판의 구리 9단은 2년 전만 해도 ‘최강’의 느낌을 주던 기사였다. 이세돌 9단마저도 힘들게 느껴졌고 그래서 세계 1위라면 구리 아니겠느냐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2009년 초겨울,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구리는 쿵제에게 0대2로 완패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완패 이후 구리는 사라졌고 쿵제가 떠올랐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쿵제도 난조에 허덕이고 있다. 이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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