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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다음 사망원인 심혈관질환 … 건강보험 재정 악화 주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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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우리나라의 심혈관 질환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나 기초 연구는 아직도 멀었어요. 1950년대 미국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전남대 의대 강정채(64·전 총장·사진) 교수는 “심혈관에 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할 국가 센터가 설립되어야 한다”며 국내 실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은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장질환과 동맥경화·고혈압·뇌혈관질환 등을 포괄한다. 국내에서는 심혈관 질환으로 10분에 한 명씩이 사망할 정도다. 그런데도 기초 연구의 시급성을 정부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김일성 주석도 1994년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했다.

 강 교수는 이낙연(민주당) 의원과 함께 오는 18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을 여는 등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혈관 질환이 그렇게 심각한가.

 “사망 원인으로 암 다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심혈관 질환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요인이기도 하다.”

 -기초 연구를 대학 병원에서 하고 있지 않나.

 “산발적으로 조금씩 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각 대학병원은 당장 급한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바빠 기초 연구를 할 여유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사용하는 기초적인 데이터는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연구된 것이 많다.”

 -의학에 국경이 없지 않으냐.

 “그렇지 않다. 당장 식습관과 인종·환경도 다르다. 심혈관 질환은 이런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담은 의학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심혈관 질환의 효율적인 예방과 치료책을 찾을 수 있다.”

 -굳이 국립 심혈관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나.

 “암도 국립암센터를 설립해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망 원인 2위이자 암 사망자에 거의 맞먹는 질환을 국가적으로 관리·연구체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 선진국으로 가려면 기초 연구 체제를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심혈관 치료용 의약품, 의료 장비 등의 수입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한 스텐트(STENT)의 연간 수입액만 약 2500억원에 이른다.”

 -외국에도 국가 센터를 운영하고 있나.

 “물론이다. 일본·미국·영국·독일·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심혈관 질환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연구를 통해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함으로써 발병률을 크게 줄이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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