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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R서 보기, 연장서도 보기 … 서희경 ‘잊고 싶은 17번 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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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기 후 포옹하는 서희경(왼쪽)과 유소연. 서희경이 불운을 겪은 17번 홀에서 유소연은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AFP=연합뉴스]

US여자오픈은 2007년부터 연장전을 18홀에서 3개 홀(16~18번 홀)로 줄였다.

 전날 일몰로 15번 홀까지 경기한 유소연은 12일 오전(현지시간) 바로 그 홀에서 경기를 했다.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도 탔다. 그리고 연장전을 치렀다. 유소연의 몸은 풀렸고 조금 전에 경기해 본 바로 그 홀, 같은 핀 위치에서 경기하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반면 서희경은 전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TV 인터뷰도 하고 연습장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핀 위치는 전날과 같았지만 날씨는 완전히 달랐다. 서희경은 2009년 KLPGA 대회에서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소연에게 역전패를 당한 기억도 있었다.

 서희경과 유소연은 16번 홀(파3·180야드)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했다. 균형은 17번 홀(파5·600야드)에서 깨졌다. 17번 홀은 평균타수 4.98타로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로 쉬운 홀이었다. 그러나 서희경에게는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 전날 치른 4라운드에서 서희경은 보기를 했다.


 그린에서 버디 퍼팅을 하려 할 때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공이 움직이면 벌타를 받기 때문에 서희경은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었다. 버디 퍼트는 잘 된 것 같았지만 바람이 훅 불면서 공은 홀을 비껴 70㎝ 정도 지나갔다. 경기위원은 진행이 느리다며 서희경을 압박했고 당황한 서희경은 파퍼트를 실패했다.

 연장에서 나쁜 기억은 이어졌다. 서희경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면서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볼은 벙커 턱 뒤에 걸려 있어 탈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246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도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반면 잔여 경기를 하면서 몸을 충분히 푼 유소연은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호쾌한 티샷을 날렸고 세 번째 샷을 핀 2.5m에 붙였다. 이 홀에서 유소연이 버디를 하고 서희경이 보기를 하면서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 유소연은 18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냈다. 17번 홀은 서희경에게는 악몽의 홀로 기억될 것이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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