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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족발·닭튀김·빈대떡 … 그들도 우리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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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요리 전문가가 가는 야식집은 어딜까. 흔히 ‘요리하는 사람은 맛있는 걸 많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온종일 남을 위해 음식을 하다 보면 정작 자신은 끼니를 놓치기 쉬워서다. 인기 레스토랑의 유명한 셰프도, 권위 있는 궁중음식 전문가도 똑같다. 화려한 식탁을 위해 바쁘고 고된 하루를 보낸 그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가는 그곳은 어딘가 특별할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니, 역시 전문가는 밤에 먹는 음식 하나도 그냥 고르는 게 아니었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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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려 (64·궁중음식연구원장)

궁중음식 전문가도 야식을 먹을까.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은 “종종 궁중음식연구원 주변을 산책하다 들르는 곳이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북촌의 북레스토랑 ‘북스쿡스’다. 한 원장은 이곳에서 스콘(영국 전통 빵)과 차를 즐긴다.

 “밤에 조용히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걷다가 종종 들러요. 스콘 한 개에 차를 곁들여 먹으면 속도 더부룩하지 않고 적당합니다. 세계의 요리책을 빼곡히 전시해놔 공부하기도 좋고, 또 여기 주인이 옛날에 저에게 음식을 배운 학생이라 편하기도 하고요.”

 이곳에선 스콘을 직접 만들어서 판다. 지름 4㎝ 정도로, 한국에서 흔히 파는 것보다 작은 크기다.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를 공부하고 온 정영순(49) 사장이 정통 영국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스콘 속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대신 버터와 비슷한 맛의 클로티드 크림, 제주도에서 공수하는 귤잼이 함께 나온다. 스콘을 반으로 갈라 크림과 귤잼을 함께 발라 먹는다. 얼그레이·다즐링 등 잎차 10여 종도 있다.

● 북스쿡스

스콘 하나에 클로티드 크림과 귤잼, 잎차가 나오는 홍차&스콘 세트가 1만2000원. 서울 가회동. 오후 10시까지 영업. 02- 743- 4003.

◆ 현정 (37·‘SG다인힐’ 총괄셰프)

13년간 이탈리아 요리를 해왔고, 현재 외식기업 ‘SG다인힐’ 총괄셰프를 맡고 있는 현정 셰프는 두 집을 추천했다. 처음 꼽은 곳은 족발전문점 ‘대감 왕족발’. 언뜻 허름해 보이지만, 현 셰프를 비롯해 ‘그래머시 키친’에 있던 이귀태 셰프와 ‘에오’ 어윤권 셰프 같은 유명 셰프도 자주 찾는다.

 이 집에선 부드러운 맛과 쫄깃쫄깃한 맛 중에서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현 셰프는 “부드러운 맛과 쫄깃쫄깃한 맛을 결정짓는 건 보관 시간인 것 같다”며 “족발 하나도 손님 취향에 맞춰 주려는 서비스 마인드가 좋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그는 가정식 백반집 ‘홍별감네’를 추천했다. 야식집으로는 드물게 엄마 손맛 나는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된장·고추장 등 모든 장류를 직접 담가 쓰고, 반찬도 철마다 바뀐다. 현 셰프가 자주 먹는 메뉴는 집된장으로 만든 시골된장찌개와 매콤한 닭볶음탕. 메뉴판엔 없지만 미리 말만 하면 시골토종닭으로 만든 닭백숙도 만들어 준다.

● 대감왕족발

족발 2만5000원(2~3인분). 서울 압구정동. 자정까지 영업. 02-511-1998.

● 홍별감네

시골된장찌개 5000원. 서울 중곡동.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영업. 02-466-9486.

◆ 임기학 (34·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오너셰프)

2008년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뒤 미식가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가정식 레스토랑) ‘레스쁘아’의 임기학 오너셰프. 그는 임정식(33) 셰프의 ‘정식당 안주’를 추천했다. 임기학 셰프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추천 이유는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식사할 땐 까다롭게 고르잖아요. 그런데 밤에 먹는 안주에 대해선 맛이 있든 없든 관대해요. 최근 미식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여전한 것 같아요. 이젠 야식 먹을 때도 그런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야식이라도 아무 데나 가서 먹기보다는 정말 맛있는 곳에 가서 먹고 싶어요.”

 임 셰프가 ‘정식당 안주’에서 즐겨 먹는 것은 촉촉한 닭튀김이다. 그는 “아마 닭고기를 소금물에 넣어 염장을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소금물에 넣어 간을 할 경우 수분이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국물 있는 안주를 만들 땐 육수를 직접 내서 쓰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 정식당 안주

닭튀김 1만5000원. 서울 신사동. 새벽 2시까지 영업. 02-518-4654.

◆ 유희영 (40·일식당‘유노추보’ 오너셰프)

가로수길 ‘유노추보’와 ‘유노추보 스시’의 유희영 오너셰프는 창의적인 일식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가는 야식집은 신사동 고깃집 ‘팔일삼’과 청담동 이자카야 ‘천하의 문타로’다. 유 셰프는 ‘팔일삼’에서 호주산 와규(일본에서 들여와 키운 소) 구이를 먹고 김치칼국수로 입가심한다. “일본 품종이지만 호주에서 방목해 키웠기 때문에 좀 질긴 듯한 맛이에요. 전 그런 스타일이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 더 좋더라고요. 최고급 고깃집은 아니고 소박한 곳이지만, 항상 중상의 질을 유지해요. 멸치 국물로 만든 김치칼국수로 마무리하면 개운하고요.”

 ‘천하의 문타로’에선 닭부속물 꼬치를 먹는다. 닭 염통이나 껍질은 물론 대동맥 같은 특수 부위까지 나온다. 그는 “냉동식품으로 안주를 만드는 이자카야도 많은데 여기는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 팔일삼

와규 생등심 1만8000원, 김치칼국수 4000원. 서울 신사동. 새벽 3시까지 영업. 02-3446-0813.

● 천하의 문타로

닭부속물 꼬치(꼬치 5개) 1만5000원. 서울 청담동. 새벽 3시까지 영업. 02-516-9642.

◆ 니콜라스 드뷔시 (39·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테이블34’ 헤드셰프)

외국인 셰프는 야식으로 뭘 먹을까. 벨기에 출신 드뷔시 셰프는 프랑스 보르도 등지에서 프렌치 요리 경력을 쌓고 현재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레스토랑 ‘테이블34’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좋아하는 야식으로 낙지빈대떡과 돼지고기 숙주 볶음을 꼽았다. 외국인 셰프가 한밤에 낙지 빈대떡과 돼지고기 숙주 볶음을 먹기 위해 가는 곳은 호텔 근처에 있는 지역 막걸리 전문점 ‘헬렌스 키친’이다.

 드비쉬 셰프는 “호텔 동료와 회식 때문에 갔는데, 회식이란 것도 처음이었고 그날 빈대떡도 처음 먹어봤다”며 “그때 처음 먹은 빈대떡이 반죽은 아삭하고 낙지는 쫄깃쫄깃한 게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궁합이 잘 맞았다”고 소개했다. 돼지고기 숙주 볶음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도 돼지고기 요리는 익숙했지만 숙주나물과 함께 먹은 건 처음이었다”며 “숙주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없애준다”고 말했다.

● 헬렌스 키친

낙지 빈대떡 1만5000원, 돼지고기 숙주 볶음 1만8000원. 서울 삼성동. 자정까지 영업. 02-539-6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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