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유럽순방 성과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유럽4개국 순방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대북 정책에 대한 외교적 기반을 다진 것이라고 이정빈 (李廷彬)
외교부장관은 지적했다.

방문국 정상과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햇볕정책' 을 지지했다.
심지어 이탈리아 달레마총리는 남북대화를 재개하는데 중재역을 자청하고 나섰다.
또 金대통령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와 디프겐 베를린시장에게 방북을 요청해 긍정적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힘입은 金대통령은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를 요구하는 '베를린선언' 을 내놓았다.

이같은 노력은 "4강외교의 안정을 바탕으로 유럽 중심국가들과 동반자관계를 확대해 대북정책의 외교적 기반을 마련했다" 고 박준영 (朴晙瑩)
대변인은 평가했다.
이같은 외연 (外延)
확대에는 金대통령의 정치적 역정이 가진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
달레마총리가 '인생의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등 방문국 지도자들이 이를 높이 평가했고,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이 점을 지적했다.

또 한가지 두드러진 성과는 순방 기간 중 3개국에서 1백41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상담을 벌인 점이다.
이기호 (李起浩)
경제수석은 이 가운데 1백억달러는 연내 양해각서가 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들의 대한 (對韓)
투자액이 모두 47억6천8백만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더구나 중소기업에 역점을 두려는 金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개혁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대구의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신시키려는 밀라노프로젝트를 구체화했고, 이탈리아.독일과 중소기업협력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金대통령의 관심은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협조를 받아냈다.
슈뢰더 독일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벤처투자센터와 사이버 벤처대학 설치,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과 생명공학원천기술 제휴에 합의한 것도 그 한 예다.

더구나 金대통령이 유라시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성을 제의해 호응을 얻은 것은 21세기 사이버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외교력을 과시한 대목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평가했다.

또 한가지는 다자외교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외교가 양자관계에 매달려왔다면 金대통령은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국제문제에 관심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에서는 코소보사태.동티모르사태와 유럽과 아시아 등 역내 문제가 주요의제로 제기됐다.
그 연장선에서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가 깊이 논의됐다.
교황청과 이탈리아를 수교 후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외교의 질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베를린 = 김진국 기자]<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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