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셜런 감청 한반도에서는 없었을까

중앙일보

입력

미국, 영국 등의 주도로 전세계의 모든 통신을 대상으로 감청해 왔다는 `에셜런''(Echelon)의 존재가 최근 폭로돼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역시 감청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셜런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감청해 왔다면 남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고 특히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냉전의 섬'' 한반도가 서방의 감청.도청 기관의 주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7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 따르면 `서방의 한국가정보기관 최고 책임자''가 지난해 12월 중순 그 나라 주요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김정일이 (지난해 6월 15일 발생한 남북한 해군간)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가 스위스 제네바에있는 한 여성과 통화하는 내용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신문은 `김정일 평양-스위스 전화내용 알아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처럼 밝혔으나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통화를 한 시점, 상대방의 인적사항 및 `서방의 한 최고 정보책임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정보기관 책임자는 "김정일이 그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서해에서 이겼다''고 말했다"면서 "그 통화에서는 그렇게 말했으나 사실은 김정일 자신도 서해교전에서 패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기자가 "그렇다면 도청을 한다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이책임자는 "아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 나라의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가 다른 나라의 최고 책임자를 도청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한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다른 나라 정보기관의 협조'' 즉 에셜런으로 김정일 총비서의통화를 감청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함께 `주한미군 전자도청부대 501''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주한 미국정보기관이 남북한 간에 어떤 비밀흥정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지난 75년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지난 77년 6월 20일자 뉴욕타임스보도를 상기시키면서 남한 역시 에셜런의 감청대상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신문은 지난 76년 박정희 대통령이 박준규 당시 공화당 정책위의장에게 "미국사람들이 도청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하겠는가"고 탄식했다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한반도가 미국의 주요 감청대상이 돼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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