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2의 주역.

중앙일보

입력

이 사람이 없었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은 탄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2도 없었을 것이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SCE)
의 구다라기 겐 (久多良木健.49)
사장.
그의 수면시간은 지금도 3시간에 불과하다.
주변에서는 "그의 업무량은 보통 사람의 3배" 라고 혀를 내두른다.
회의시간에는 부하 직원을 엄하게 몰아치며 '화이팅' 을 불어넣는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회의장소는 도청방지를 위해 극비에 붙혀진다.

90년대초 소니와 공동으로 게임기를 개발하기로 했던 닌텐도가 단독개발쪽으로 방향을 틀자 소니 내부에서는 "게임기 사업을 보류하자" 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때 오가 노리오 (大賀典雄)
당시 사장을 설득해 1993년 SCE를 설립한 것이 바로 구다라기다.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SCE의 지분은 소니가 50%, 나머지 50%는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SME)
의 몫이었다.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소니가 걸어놓은 안전장치였다.
그런데 이제는 SCE의 영업이익이 소니그룹 전체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사정이 어렇게 되자 소니는 지난해 4월 조직을 개편해 SCE를 완전히 휘하로 편입시켰다.

SCE내부가 술렁거릴 때 구다리기 사장은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우리가 완전 자회사가 된다고 하지만 소니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소니가 우리쪽에 들어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 2를 개발하면서 가장 싫어했던 단어는 소니그룹안에서 가장 많이 쓰여지는 단어이기도 한 '소니다움' 이라고 한다.
소니에 매달려 있어선 뭔가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른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판단때문이다.

또 플레이스테이션2은 소니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도전장의 성격이 강하다.

플레이스테이션2에 내장된 메모리도 일부러 소니의 제품을 쓰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소니의 온라인 판매망인 소니스타일 닷컴에서는 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모든 것이 SCE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제품의 기능 또한 눈부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격투 장면에서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지면의 풀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나 자동차 경주게임에서 도로의 주행선이 자동차에 반사돼 보이는 것들은 이제까지의 게임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라는 지적이다.

구다라기는 플레이스테이션1이 출시된 94년12월3일 도쿄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플레이스테이션1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행렬을 지켜보며 너무나 감격해 마구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2가 출시된 지난 4일 그는 다시 아키하바라를 찾아 똑같은 감격을 맞보았다고 한다.
김현기 기자<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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