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뚱뚱하면 보통 사람보다 '뇌가 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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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아이의 성적이다. 그런데 아이의 육체적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줄로 알았던 비만에는 성적과의 놀라운 상관관계가 숨겨져 있다.

비만은 바로 우리 두뇌 성장을 방해한다. 좀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비만한 아이들의 뇌는 보통 아이들 뇌보다 10% 이상 작을 수 있다. 기아나 빈곤으로 인한 전반적인 영양결핍이 아니라면 아이들의 초기 인지능력 발달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영양 문제는 단백질과 철분, 그리고 요오드의 부족이다.

성장기에는 뇌세포를 만드는 단백질, DHEA, 레시틴 등 다양한 영양소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비만을 앓는 아이들 상당수는 두뇌 성장에 필수적인 이런 영양소 섭취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체적인 칼로리 과잉은 오히려 뇌에서는 필수영양소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뇌 성장에 있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단백질 섭취 부족이다. 성장기 빠르게 발달하는 뇌에 주원료인 단백질이 부족하면 두뇌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모두 펼치지 못하고 만다. 이는 장기적인 관찰실험으로 확인된다. 영양 면에서 부족한 아이를 골라 단백질을 추가 공급하면 단백질을 공급받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이후 우수한 인지 능력을 획득한다. 능력 향상은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지속되며 나이가 들수록 두 집단 간의 능력차는 커지게 된다.

어릴 때 영양 섭취 문제가 아이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만아동은 정상체중아동에 비해 고등학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며 명문대학 진학률이 낮다. 그러다보니 사회에서의 평균수입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보고까지 잇따른다.

이것은 아무래도 학습능력과 업무능력을 결정하는 두뇌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소아비만은 두뇌로 영양이 가는 길목을 막고 두뇌자체를 위축시키는 최대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내 아이가 똑똑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비만만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수천 명의 두뇌 사진을 찍어보고, 비만인 사람의 뇌가 정상인 사람의 뇌보다 크게는 10%까지도 작다는 결과를 발표해 세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비만인의 뇌의 가운데에 있는 빈 공간인 뇌실이 정상인에 비해 비만 아동이 현저히 증가하는 양상을 발견했다.

특히 소아비만은 뇌 발달과 학습능력, 인지능력 등이 급격히 발달하는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소아비만을 앓는 아이들은 외모뿐만 아니라 학습과 지능에도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스토리온 소아비만탈출프로젝트 수퍼키즈 주치의를 하면서 진료한 소아비만 아동 중 한명인 현정이가 하루는 진료를 받던 중 기분좋은 목소리로 “박민수 박사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체중감량을 하기 전에는 꼭 한두개씩 틀리던 시험문제를 다 맞추었다는 것이다. 현정이의 조심스러운 말 뒤에는 뿌듯한 만족감이 흘러넘쳤다. 그 당시 현정이가 보이고 있었던 빠른 체중감량속도에 비추어보면 놀라운 사실일 수밖에 없다.

체중감량을 하면 일부 어른들의 경우 업무능력이 저하되는 일시적인 슬럼프기간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놀라운 생명력과 복원력은 이런 슬럼프도 가볍게 건너뛰는 것이다. 물론 심리치료를 통해 얻게 된 자신감과 안정감이 한몫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체중을 이루어주는 것은 건강의 차원을 넘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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