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라크 제재 " 지적 엠바고" 수준

중앙일보

입력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를 비판한 뒤 사직서를 제출한 한스 폰 스포넥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1일 유엔의 대이라크 인도주의적 지원 계획 전체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출신의 폰 스포넥 조정관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의 대 이라크 제재조치는 이라크를 세계 최저 개발국가군으로 만들었으며 이같은 조치의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들과 교육 부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어린 학생들이 맨바닥에 앉아 수업하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는선전물이 아니라 이라크에 가해진 제재조치가 `지적인 엠바고' 수준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라크에선 부모들이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1달러 50센트를 벌지 못하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면서 학교에 가야 할 애들이 거리 곳곳에서 이것저것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폰 스포넥 조정관은 유엔의 `석유-식량 계획'에 따라 지난해 이라크가 벌어들인 29억달러는 2천300만 명인 이라크 국민 1인당 252달러 꼴에 불과하며 그나마 이 가운데 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평균 4% 미만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엔은 지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이라크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으며 95년부터는 이를 조금 완화한 `석유-식량계획'에 따라 식량과 의약품 구입 등 인도주의적 용도를 위한 석유수출을 일부 허용해왔다.

지난 25일 미국과 유엔의 이라크 제재 문제점을 강력 비판하고 사직서를 낸 폰스포넥 조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미 국무부는 폰 스포넥의 비판에 분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그를 해임하라고 요청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아난 총장은 스포넥 조정관의 임기가 오는 31일까지이므로 개인적 의견을 공표할 수 없다는 점을 그에게 상기시켰으며 프레드 에커드 유엔 대변인을 기자회견장에 배석시켰다.

폰 스포넥 조정관은 그의 행동에 대한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비판과 관련, 자신은 지난 32년동안 유엔을 위해 일해온 `마음과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dpa·AFP=연합뉴스)
choib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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