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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투병 중인 최성일 평론가 돕자’…평생 쓴 책 한권으로 묶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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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책은 사람이다. 그 책을 읽는 주체도 사람이다. 책을 쓰는 게 어렵지만, 그 책을 읽고 평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는 출판평론가는 이래저래 힘겹다. 각계 전문가를 논하는 반(半) 전문가이자. 책을 논하는 전문가다.

 출판평론가 최성일씨(44·사진)가 그렇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투병을 돕기 위해 그가 평생을 기울여 쓴 다섯 권의 책이 한 권짜리로 묶여 새로 출간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에서 나온 800여 쪽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다.

 최씨는 1997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12년5개월 동안 사상가 218명의 저서와 번역서를 ‘필생의 작업’으로 리뷰해 왔다. 재일동포 학자 서경식을 비롯해 김기협·리영희·김민기·박노자씨 등 국내 저자 10명과 가리타니 고진·리처드 도킨스·자크 데리다·발커 벤야민·제러미 리프킨·올리버 색스·피에르 부르디외 등 외국 사상가 208명을 훑었다. 여러 사상가들의 생각을 요약·정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경험과 관련도서에 대한 정보를 곁들였다.

 최씨는 2004년에 쓴 1권 머리말에서 “독자들이 흠모하고 찬양할 만한 인물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길라잡이 구실을 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나는 뛰어난 사상가들과의 대화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런 취미를 가지라고 권합니다”고 한 프랑스 사상가 레이몽 아롱의 말을 인용해 한 말이었다. 둘째 권을 펴내면서도 “약간의 설명의 곁들인 도서목록”이라고 말하며 “내 역할은 도서관 사서의 임무와 비슷하다”고 책 길라잡이 역할을 강조했다.

 최씨는 96년 출판전문잡지 기자로 출판계에 입문해 여러 매체에 서평을 기고해왔다. 2004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지만 지난해 재발해 힘겹게 투병하고 있다. 책을 출간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28일 “최씨와 가족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책을 다시 묶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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