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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쇳물 200만t 양산 … 포스코 ‘우향우’ 정신이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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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8일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파이넥스(FINEX) 3공장 착공식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등 참석 인사들이 착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 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 박승호 포항시장. 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00만t 규모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1968년 경북 포항 영일만 백사장. 박태준 포항제철(현 포스코) 당시 사장은 제철소 건설의 첫 삽을 뜨며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제철소를 짓는 일에 실패하면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우향우해 영일만에 몸을 던져야 한다.”

 43년이 지난 오늘, “하면 된다”는 포스코의 ‘우향우’ 정신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포스코는 28일 포항제철소에서 세계 최초로 연간 2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3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는 2003년 시범용 파이넥스 1공장(60만t), 2007년 세계 최초 파이넥스공법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 2공장(150만t) 준공 등 그동안 줄기차게 파이넥스공법에 매달려 왔다. 3공장은 고로(高爐) 방식 용광로가 아닌 쇳물 제조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3공장과 함께 이곳에서 생산될 쇳물을 사용할 선재 4공장과 스테인리스 신제강 공장도 동시에 건설한다. 총투자비는 2조2000억원. 파이넥스 3공장은 2013년 7월께 완공된다.

파이넥스 3공장이 완공되면 포항제철소 전체 쇳물의 예상 생산량(1620만t)의 약 25%인 410만t을 파이넥스공법이 담당하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에서 1420만t, 광양에서 1950만t 등 총 3370만t의 쇳물을 생산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세계적으로 고급 철강석이 고갈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에 대해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이넥스공법은 세계 철광석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값싼 저급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의 사용이 가능하고, 기존 고로공법에 비해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파이넥스공법은 고로 방식의 용광로 공법에 비해 생산공정이 간단하다. 고로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1차로 가공해 덩어리 형태의 철로 만들어야 한다. 유연탄도 그대로 쓰지 못하고 코크스(단단한 고체연료)로 만들어 놔야 한다. 그런 뒤 두 재료를 용광로에 넣고 가열해 쇳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파이넥스공법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1차로 가공하는 과정을 없앴다. 가루 형태의 값싼 철광석을 항아리 형태의 유동로를 통해 유연탄과 함께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든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15% 낮출 수 있다. 포스코는 3공장이 완공되면 저가 원료 사용에 따른 원가 절감이 연간 177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넥스공법은 친환경성으로 유명하다. 고로 방식의 용광로와 비교해 황산화물(SOx)은 3%, 질산화물(NOx)은 1%, 먼지는 28%만 배출되는 녹색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기술력과 투자비용 문제로 포기했다. 일본 디오스(DIOS)와 호주 하이스멜트(HISMELT)도 시범용 공장까지는 만들어 봤지만 상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세계 철강업계의 후발 주자였던 포스코가 녹색 제철기술을 선도하는 기술 리더로 세계 철강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강병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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