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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창업 급증, 유럽 경제 '활력소'

중앙일보

입력

중국계 캄보디아인 친 챠크는 1976년 크메르 루즈를 피해 수중에 돈 한푼 없이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우여곡절 끝에 시트로엥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했던 그는 86년 아바쿠스 이큅먼트 일렉트로닉스라는 컴퓨터 조립회사를 설립, 현재 연간 매출액 2억7천만달러에 4백여명의 종업원을 둔 건실한 회사로 성장시켰다.

75년 모로코에서 네덜란드로 이민한 라마 엘 무덴은 청소원으로 일하다 97년 청소 용역업체를 차렸다. 지난해 1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 직원 75명은 대부분 이민자들이다.

개발도상국 이민자들이 이처럼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유럽경제 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98년 기준 EU 15개 회원국 내 외국인 이민자는 약 1천7백여만명으로 EU 총인구(3억7천여만명)의 약 5%에 이른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경제활동 및 기업경영을 하고있어 성공율이 높고 고용창출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사업체를 직접 경영하는 이민자의 수는 지난해 65만명으로 93년보다 18%나 늘었다. 본토인들의 경우에는 7%의 증가율에 그쳤다. OECD의 이민담당 전문가인 장 피에르 가슨은 "이민자들은 모험을 감수하고 고국을 떠나는 만큼 역동적이며 적응력도 높다" 고 말한다.

독일 에센의 RWI경제연구소는 EU지역의 이민자들이 매년 4천6백10억달러를 벌어 1천5백억달러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민자들이 받는 9백20억달러의 복지 혜택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이민을 억제하려는 극우 연립정권이 들어서고 각국에서도 불법 이민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이민자들의 입지가 축소될 것 같지는 않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유럽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민자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은 유럽에서 2025년까지 4천만명의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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