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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고 3400㎞ 헤엄쳐 온 황제펭귄 “여기가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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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극에서 3400㎞를 헤엄쳐 온 아기 황제펭귄 한 마리가 2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중부 페카페카 해변에 도착해 낯설은 듯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다. 뉴질랜드에서 황제펭귄이 발견된 것은 44년 만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해변에는 펭귄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는 당분간 펭귄 스스로 고향인 남극을 향해 떠날 때까지 그대로 놔둘 계획이다. [페카페카 AFP=연합뉴스]


고향인 남극에서 3400㎞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헤엄쳐 온 아기 펭귄 한 마리가 일약 스타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저녁 뉴질랜드 중부의 페카페카 해변에서 생후 10개월쯤으로 보이는 황제펭귄 한 마리를 산책 중이던 주민 크리스틴 윌턴이 발견했다. 펭귄의 신장은 80㎝. 윌턴은 “바다에서 해변으로 뒤뚱뒤뚱 걸어나오는 귀여운 펭귄을 본 순간 내가 딴 세상에 와 있는 줄 알았다. 마치 영화 ‘해피피트(Happy Feet·2006년 개봉)’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인 ‘해피피트’는 고향 남극을 떠나 여행을 나선 아기 펭귄의 모험담을 담은 이야기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 관계자는 “황제펭귄이 뉴질랜드에 나타난 것은 1967년 최남단 오레티 해변에서 발견된 이후 44년 만”이라고 밝혔다. 테파파 박물관의 펭귄전문가 콜린 미스켈리는 “유빙과 함께 표류했거나 오징어·크릴새우 등의 먹이를 쫓다가 뉴질랜드에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왜 방향을 잃고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펭귄이 시속 24㎞까지 헤엄칠 수 있지만 중간에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아기 펭귄이 한 달 이상 헤엄쳐 온 것으로 추정했다. 펭귄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황제펭귄은 완전히 성장하면 키 122㎝, 몸무게 34㎏에 달한다. 또 육지에 올라오지 않고 물 속에서 수 개월을 보낼 수 있다. 발견된 아기 펭귄은 적정 체중인 10㎏이었다.

 아기 펭귄의 소식이 알려지자 페카페카 해변에는 펭귄을 구경하려는 아이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는 펭귄 보호를 위해 10m 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과 애완견이 펭귄에게 달려들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펭귄전문가 미스켈리는 “펭귄은 눈을 먹어 수분을 보충하는데 이 아기 펭귄은 해변의 젖은 모래를 눈으로 착각해 먹고 있다”며 “뉴질랜드가 자신이 살기엔 너무 덥고 건조하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도 펭귄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몇 주간 버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기 펭귄을 그대로 놔둔다는 계획이다. 펭귄 스스로 고향인 남극을 향해 떠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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