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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페라리 폭주·곡예 … 새벽 강남은 무법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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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지방경찰청 폭주족 전담 수사팀이 20일 강남 지역 주요 도로에서 난폭 운전을 한 혐의로 압수한 정모(31)씨의 스포츠카를 보고 있다(왼쪽). 정씨는 차 번호판을 떼어낸 데 대해 “비싼 차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오른쪽 사진은 수사팀이 입수한 정씨의 폭주 동영상.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정모(31·무직)씨는 최근 수차례 자신의 콜벳 쉐보레 차량으로 굉음을 내며 ‘드리프트(drift)’를 하는 등 난폭 운전을 했다. 정씨는 자정에서 오전 4시 사이에 도산대로·영동대로·압구정로 등 강남 지역 주요 도로에서 이 같은 곡예 운전을 해 교통을 방해하고 다른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영동대교 남단과 학동사거리 사이에는 정씨의 콜벳 차량이 드리프트를 하며 남긴 ‘스키드 마크(노면 위의 바퀴 흔적)’가 선명하게 찍히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폭주족 전담수사팀은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몰며 폭주 행위를 한 혐의(일반교통방해 등)로 정씨 등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또 차량 9대의 운전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규정 속도·신호 위반·중앙선 침범은 물론 신호 대기 등으로 빈 공간이 생긴 틈을 타 드리프트를 하다가 경찰이 추격하면 시속 150㎞ 이상으로 차를 몰아 도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페라리 F355와 포르셰 카레라S, 아우디 R8 등의 차량을 몰았고, 번호판에 눈이 부실 정도의 반사필름을 붙이거나 아예 번호판을 떼어내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번호판을 떼어낸 이유에 대해 “번호판을 붙이면 비싼 차량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며, 자동차는 그의 부모가 사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내 차는 국내에 단 한 대밖에 없다” “내 통장에는 1억원밖에 없고, 부동산 등 다른 재산은 부모님이 관리한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씨의 차량을 압수했으나 1~2개월 후엔 정씨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완전히 빼앗는 ‘몰수’ 조치는 상습범으로 인정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 등 난폭 운전자들의 면허를 취소하고 2년 동안 면허 취득을 제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 ‘교통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드리프트=차량에 급제동을 걸어 미끄러뜨리면서 차량을 360도 회전시키거나 옆으로 움직이는 기술. 자동차 경주에서는 운전자가 코너를 돌 때 뒷바퀴의 회전 반경을 앞바퀴보다 크게 하고 앞바퀴의 방향을 회전 방향과 반대로 유지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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