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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IBM 100년 비결은 정체성 버리고 주종목 바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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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IBM의 브루스 앤더슨 전자산업 부문 총괄사장이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전자업계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전자업계 인사들에게 IBM의 새 비즈니스 솔루션과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 IBM이 지난주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는 1911년 6월 16일, 태뷸레이팅머신컴퍼니 등 3개 IT기업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창립일을 엿새 앞둔 10일, 이 회사의 브루스 앤더슨(52·사진) 전자산업 부문 총괄사장을 만났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다. 삼성전자·LG전자를 포함한 주요 전자기업들에 컨설팅과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마침 전자업계는 지금, 거세게 몰아치는 스마트 혁명과 클라우드 컴퓨팅 열풍 속에서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차례 극복하고 100년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IBM 사례에 비추어 세계 전자업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굳은 의지가 중요하다. 기존 사업 분야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가장 잘 하는 걸 기본으로, 공격적 진출이 가능한 분야가 어디 있는지 잡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에너지 분야는 아직 승부가 나지 않은 시장이다. 그는 또 “이제는 ‘경험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에 매몰되지 말고 인터넷 연결을 통한 각종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들에게 탁월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생존의 제1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당시 회사 이름은 CTR(Computing-Tabulating-Recording)이었다.

 “1924년 해외 시장 진출에 맞춰 회사명을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으로 바꿨다. 현재 뉴욕 아몽크에 본사를 둔 IBM은 세계 170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대표적 글로벌 IT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999억 달러(약 110조원), 영업이익은 148억 달러(약 16조원)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IBM이 카네기재단보다 인류에 더 큰 기여를 했다’고 보도했다.

 “전자계산기, 개인용컴퓨터(PC), D램 반도체, 플로피디스크와 바코드, 마그네틱 카드… 이 모두를 IBM이 발명했다. 컴퓨터 운용체제(OS), 항공예약시스템, 대공방어시스템, ‘컴퓨터의 시스템화’를 가능케 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도 IBM이 창안한 것이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구개발(R&D)에 기반한 지속적 혁신이다. 덕분에 최근 18년간 매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한 기업’이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만도 5896건을 등록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위기도 적지 않았다.

 “1993년엔 누적 적자가 160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IBM은 컴퓨터 중심이던 기업의 비전 자체를 수정했다. PC·스토리지·프린터 사업부를 모조리 매각했다. 주력 사업을 IT서비스와 컨설팅으로 바꿨다. 시장과 소비자를 연구하고 문제해결에 집중한 결과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특정 브랜드가 아니다. 작고, 쉽고, 간편하고, 각종 기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한다. 실제로 최근 5개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기기 구입 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가’ ‘기기 간 호환이 편리한가’를 따진다는 응답이 이전에 비해 각각 8%, 9%나 상승했다.”

 -구글은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로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하는 ‘안드로이드@홈’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들은 서비스 주체에 관심이 없다. 중요한 건 이들(소비자)이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느냐다. 소비자 욕구를 올바로 파악해 적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가전업체의) 장악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제조사가 기기뿐 아니라 좋은 서비스, 탁월한 콘텐트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은 절로 모여들 것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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