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금융·유통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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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24면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카드사들의 외형 확대 경쟁에 대한 대책도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증가폭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국가들이 개인, 정부 할 것 없이 과잉 부채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자칫 경제 전반의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3월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은 80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소규모 개인기업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1000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가처분소득 대비 145%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74%, 130%보다 높고,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의 73%, 123%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과거 수년간 추이를 보더라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GDP가 6%, 가처분소득이 5.9% 증가한 데 비해 가계신용은 9% 증가하며 더 빨리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주택 관련 대출이 12%, 2금융권 대출이 13% 증가하면서 가계신용 증가를 주도했다. 신용카드 부문을 살펴보면 카드론 등 카드대출은 다행히 4% 증가에 그친 반면 판매신용이 12%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카드사태 이후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위주의 영업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카드사태 직전 3년간 신용카드 이용 활성화 정책으로 이용금액이 120%,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연평균 136%씩 급증하던 때에 비하면 가계신용 증가세가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가계신용 중 카드대출 비중이 2002년 10.8%에서 올 3월 말 현재 2.6%로 크게 줄었고, 카드 연체율 역시 2003년 3월 13.3%에서 올 3월 1.6%로 줄어 제2의 카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핵심은 주택 관련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형 대출은 11%에 불과하고, 이자만 지급하는 대출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의 80%로 추정되고 있다. 원금 상환 시기 도래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가 한꺼번에 나타날 경우 경제 전체에 부담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원금 일부 상환 유도 및 고정금리형 대출로의 전환 등의 정책목표는 충분히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근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2금융권 대출 역시 일정 부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반기 이러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금융업종에는 그다지 반가울 것이 없어 보인다.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현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대출 여력은 주로 주택 및 가계대출에 집중되고 있다. 향후 대출 증가폭 자체가 늘어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들이 카드 관련 자회사를 보유 중인데, 이 부문 역시 최근 추가적으로 발표된 카드사 외형 확대 경쟁 차단을 위한 특별대책 시행으로 당분간 성장세가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유통업종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빠른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호조, 저금리 지속,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등에 힘입어 일부 유통채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높은 판매 성장을 유지해 왔다. 앞서 살펴본 바처럼 최근 수년간 판매신용이 연평균 12% 이상 증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산층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매각 없이 원금의 일정부분을 상환해야 한다면 소비여력 감소라는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건영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들어간 후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최고 수익률 펀드로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브레인투자자문을 세워 투자자문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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