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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50명 중 1명 머리에 ‘시한폭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신모(여.40)씨는 최근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혈관 한 곳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인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신씨는 뇌혈관에 특수 물질을 채워 넣는 색전술을 받고 뇌출혈을 피할 수 있었다.

뇌동맥류는 흔히 ‘뇌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의 동맥벽이 약해지고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부풀어 오른다. 방치하면 터져서 뇌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환자의 3분의 1만 건강을 회복한다. 나머지는 숨지거나 신체마비 같은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

문제는 터지기 전까지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들은 대부분 갑자기 화를 당한다. 때문에 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뇌동맥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1~2%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50대다. 뇌동맥류가 터질 위험은 나이가 많고 고혈압이 있거나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을수록 높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서 혈관 탄력이 떨어져 뇌동맥류 파열위험이 커진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둔기로 머리를 맞은듯한 극심한 두통을 느낀다. 뒷목이 뻣뻣해지거나 요통이 생길 수 있다. 출혈량이 적으면 두통이 심하지 않고 하루 이틀 지나면 좋아진다. 이런 이유로 40대 중반 이하 젊은층은 단순한 두통으로 여기고 넘기기 일쑤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박익성 뇌졸중센터장은 “뇌동맥류 환자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과로하고 격렬한 운동을 하면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본인 나이가 40세 이상이고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이 뇌동맥류 경험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고혈압·흡연자도 마찬가지다.

뇌동맥류의 치료 시기와 방법은 혈관이 부푼 크기에 따라 다르다. 지름이 10㎜ 이상이면 파열의 위험이 높아 발견과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7~10㎜면 뇌동맥류의 모양·위치·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시기를 결정한다. 하지만 2~3㎜로 작으면 변화를 지켜본 뒤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치료 한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머리를 열고 동맥류를 집게로 집는 결찰술과 머리를 열지 않고 혈관 안으로 동맥류안을 틀어막는 색전술이 있다. 최근엔 색전술을 많이 시행한다. 결찰술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위험도가 적다. 치료시간도 짧고 깊은 위치의 뇌동맥류도 치료가 가능하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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