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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총리 불신임 ‘거사 실패’…역풍 맞은 오자와·하토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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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자와(左), 하토야마(右)

일본 집권 민주당의 막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당내에서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달 초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표결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자 두 사람이 각자 이끌고 있는 계파 내에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간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던 오자와는 간 총리가 표결 직전 조만간 물러나겠다고 밝히자 그룹 소속 의원들에게 자율투표를 지시하고 본인은 의회에 나오지 않았다.

하토야마는 간 총리와 막판 담판을 하면서 간의 사퇴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불신임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두 사람 다 정국 판단력과 담판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바람에 계파 내에서 리더십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토야마 계파에서는 마키노 세이슈(牧野聖修) 전 국회대책위원장 대리가 지난달 25일, 이가라시 후미히코(五十嵐文彦) 재무차관이 7일 각각 탈퇴했다. 두 사람 모두 옛 민주당 시절부터 하토야마와 뜻을 함께해 온 창당멤버다. 이들은 측근에게 “하토야마의 최근 언동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하토야마가 돌연 오자와 지지를 선언하면서 생겼던 계파 내 불만이 이번 내각 불신임 불발 소동으로 표면화된 셈이다. 50여 명이 참가하던 그룹 의원모임도 약 30명으로 줄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일신회’의 13일 모임에서는 마쓰키 겐코(松木謙公) 전 농림수산 정무관이 “그룹 소속 의원 2명이 내각 불신임안 파동 직후 계파 탈퇴서를 제출했으나 일단 설득해 탈퇴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고 계파 내 이탈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엔 일신회의 주요 멤버인 시마즈 교이치(島津恭一) 국회대책 부위원장 등 일부 의원이 독자적인 정치그룹을 만들기 위한 의원 연구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오자와는 13일부터 나흘간 그룹모임을 열고 있다. 14일에는 도쿄 자택에 초선 의원 20여 명을 부르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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