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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문제로 난장판 된 잉글랜드 축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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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축구선수 라이언 긱스(Ryan Giggs·38·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주인공으로 한 불륜 소식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흔들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연일 ‘긱스의 여자들’을 실명으로 보도하며 폭로성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실함의 대명사로 통했던 긱스는 한순간에 성 추문의 아이콘으로 추락했다. 선수 자신뿐 아니라 리그 관계자 모두가 연일 이어지는 스캔들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꼬리를 무는 불륜 퍼레이드

 긱스는 EPL 무대에서 모범적인 원클럽맨으로 첫손에 꼽힌다. 1992년 프로 데뷔 이후 지난 시즌까지 맨유의 유니폼만을 입고 876경기(159골)를 뛰었다. 정규리그 우승 12회, FA컵 우승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남긴 발자취 또한 화려했다.

 영원히 완벽할 것만 같던 긱스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께 미스 웨일스 출신 방송인 이모젠 토머스(29)와의 불륜이 폭로되면서부터다. 부인 스테이시(32)가 첫딸을 출산한 2003년부터 은밀한 만남을 이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이달 초에는 동생 로드리(34)의 부인 나타샤(28)와의 추문도 공개됐다. 최근에는 나타샤의 어머니 로레인 레버(49)를 성적으로 유혹했다는 보도에 이어 미스 카디프 출신의 모델 리사 제인스(42)와의 불륜 소식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스캔들 메이커, 긱스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긱스가 불륜의 대명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EPL에서 선수들의 성 추문은 그리 충격적인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스캔들에 휘말린 경험이 있다. 첼시 수비수 존 테리(31)는 지난해 대표팀 동료 웨인 브리지(31)의 연인과 밀회를 즐긴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올랐다. 맨유의 주포 웨인 루니(26) 또한 부인 콜린(25)이 임신 중이던 지난해 매춘부와 관계를 맺은 사실이 뒤늦게 보도돼 망신을 당했다. 데이비드 베컴(36)도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매춘부와 여비서를 대상으로 하는 ‘불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레알 마드리드) 또한 맨유 시절 여자 문제로 종종 타블로이드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전력이 있다.  

◆축구선수는 축구만 잘하면 그만?

 영국인들은 축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선수들뿐 아니라 아내와 여자친구들마저 ‘왝스(WAGS·wives and girlfriends의 약자)’라고 불리며 주목받는다. 이렇다 보니 영국인들은 축구선수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불륜을 따지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거들은 어떤 여자를 만나는가’에 우선 주목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덩컨 캐슬 기자는 “영국인들은 범법행위가 없다면 축구선수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댄다. 성 추문에 휩싸인 선수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그라운드에 오르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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