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클라우드 패권’ 잡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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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4월 정보기술(IT) 업계의 맞수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때아닌 ‘인증’ 논쟁을 벌였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납품할 클라우드 서비스가 미국 연방정보보안관리법(FISMA)의 인증을 받았느냐를 두고서였다. 구글이 “FISMA 인증을 (클라우드 업계) 최초로 받았다”고 홍보하자 MS는 법무부 문서를 근거로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구글은 “오히려 MS는 인증을 못 받았다”고 맞받았다.

 거대 글로벌 기업의 웃지 못할 설전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2월 클라우드 분야에 연방정부 전체 IT 예산의 25%에 달하는 200억 달러(약 21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업체 입장에서 ‘엄청난 시장’이 열린 것이다. ‘클라우드 우선 정책(Cloud first policy)’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각 정부기관이 2012년 6월까지 최소 3개의 공공서비스를 민간의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걸 골자로 한다. 공공영역에 클라우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미국 정부가 클라우드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글로벌 IT 기업의 구름 속 혈투 못지않게 각국 정부의 클라우드 전쟁도 치열하다. 미국에선 정부기관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게 새롭지 않다. 재무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웹사이트 운영을 아마존의 ‘EC2’에 맡겼으며, 연방통신위원회(FCC)·총무청·뉴욕시도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클라우드 분야에 5년간 1조7000억 엔(약 23조원)을 투입하고, 미국의 아마존·구글에 버금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미국이 ‘클라우드 패권’을 쥐는 걸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일본에선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이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 다이와키 야수 총무성 정보통신정책과장은 “지진으로 피해 지역 행정시스템이 파괴돼 주민 정보가 사라졌다”며 “클라우드 시스템이었다면 복구가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에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상하이·선전·항저우·우시 5개 도시를 클라우드 시범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중국은 클라우드 기업 유치를 위해 ‘데이터센터는 본토에 설치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도 완화했다. 영국(G-클라우드 프로젝트)·호주(클라우드 컴퓨팅 전략 초안)·싱가포르(데이터센터 파크) 정부도 정부 차원의 계획을 마련해 자국의 클라우드 산업을 이끌고 있다.

특별취재팀=이나리(샌프란시스코·시애틀·뉴욕)·박혜민(도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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