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창투 회장, 100억대 회사 돈 유용 혐의로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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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100억원대의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로 제일창업투자주식회사(제일창투) 회장 허모(58)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2002년 초부터 자신의 개인 토건회사가 94억원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일창투의 투자자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그는 2004년 1월 회계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이를 해결하고자 제일창투가 운영하는 투자조합 돈을 끌어다 어음을 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듬해 초부터 11월까지 자신의 개인소득세 40억원을 회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고, 2009년 2월에는 회사 돈 5억원을 비상장주식 매입 명목으로 빼돌리고서 이를 지난해 5월 개인범죄 추징금을 내는 데 쓴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2008년부터는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창투가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가공 매출을 일으킨 뒤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어 공시하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2008년과 2009년 제일창투의 실제 매출액은 각각 9억8000여만원, 4억7000여만원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공 매출액을 더한 연매출 계상액은 30억원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허씨가 가공매출의 근거로 투자계약서와 통장, 사업자등록증 등을 2008년 7월부터 올해 초까지 21차례에 걸쳐 위조 또는 변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제일창투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한국거래소와 현재 소송 중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장폐지가 거의 확실시된다”며 “결국 소액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됐는데 다른 창투사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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