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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世說)

‘바이오매스’는 마르지 않는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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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구본철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
팀장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은 18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석탄과 휘발유·경유의 등장이 그리 오래전이 아니란 얘기다. 화석연료는 산업 선진국에서 소모하는 모든 에너지의 90%를 담당한다. 지구촌 경제성장의 주 동력원인 셈이다. 그런데 항구적일 것으로 여겼던 화석연료도 수십 년 내 고갈될 전망이다. 자동차에 넣을 휘발유,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석유가 바닥난 세상이 눈앞에 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가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한정된 에너지원을 둘러싼 치열한 자원전쟁 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조용한 자원전쟁이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농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지구에는 햇빛과 토양을 이용해 생장하는 풀·나무 등 유기물, 즉 ‘바이오매스(Biomass)’가 무한정이다. 이를 연료화할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으로 흡수해 다시 바이오매스를 생성한다. 바로 재생성이 뛰어난 ‘바이오 에너지’다. 햇빛과 토양 등 자연이 ‘유전(油田)’이고, 여기서 생장한 바이오매스가 ‘원유’인 셈이다.

 바이오매스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의약품 등 화학분야에도 용도가 다양하다. 자연히 국가마다 바이오매스를 얼마나 저렴하게 다량으로 확보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주로 외국에서 수입하려 한다. 농경지가 적어 바이오매스 생산량이 부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의 경지 이용률은 1970년대 140%였으나 2000년대 들어 100%로 줄었다. 이는 오뉴월 모내기하고 가을걷이를 끝내면 이듬해 봄까지는 그대로 놀린다는 뜻이다.

 이들 유휴 경작지에 밀이나 보리를 재배하는 등 활용하면 바이오매스 필요량의 20% 정도는 자급할 수 있다. 하천의 수변구역이나 간척지도 억새·단수수 등 친환경 바이오매스 작물을 심자. 바이오매스를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휴 경지나 버려진 땅에서 자체 생산하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농지가 식량자원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캐는 ‘유전’도 겸하는 것이 된다. 신개념 미래형 ‘산유국’이 되는 길인 것이다.

구본철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