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내년 1월 퇴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79) 의장이 처음으로 퇴임 의사를 밝혔다. 그린스펀은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학위 수여식에서 "나도 졸업생 여러분처럼 FRB 임기가 끝나면 새 직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이 발언과 관련, 그가 FRB 이사로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말 사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그린스펀 의장이 자신의 퇴임과 관련해 처음으로 언급했다"며 "부시 행정부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원만하게 자신의 후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1987년 8월 폴 볼커 의장의 후임으로 FRB 의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6월부터 다섯 번째 의장 임기(4년)에 들어간 그는 윌리엄 맥마틴(1951~70) 이후 최장수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의장직 임기는 2008년 6월까지로 아직 3년이 더 남아 있지만 92년 선임된 FRB 이사 임기(14년 단임)는 2006년 1월 말 끝나게 된다. 그러나 후임 이사가 지명되지 않으면 그린스펀은 계속 활동할 수 있다.

◆ 후임 의장은 누가=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등 외신들은 그린스펀이 물러날 경우 차기 의장으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벤 버난키 FRB 이사 등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표 참조). 펠드스타인 교수는 보수적인 경제학자 출신으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공급경제학의 대부'로 꼽히는 인물이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드 원장은 부시 1기 행정부의 주요 관료 가운데 가장 유능한 관료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으며 세 후보 중 가장 젊어 신진 세력을 대변하고 있다. 감세정책의 지지자인 그는 각종 주식 배당금에 부과하는 세금마저 없애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급부상한 버난키 이사는 은유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 왔던 그린스펀과는 달리 보다 직설적으로 시장에 신호를 주자는 입장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그를 CEA 의장에 지명한 것이 그린스펀의 뒤를 잇게 하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홍병기.강승민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17일자 E1면 '그린스펀 내년 1월 퇴임'기사에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의 사진 자리에 착오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사진이 잘못 실렸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