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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폴포츠 명성 얻은 최성봉, 과도한 신상털기의 피해자인가, 속인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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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케이블채널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해 감동적인 사연과 열창으로 심사위원과 관객, 시청자를 울린 최성봉(22)씨의 전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성악을 배우지 않았다는 그의 소개와 달리 예술고교에서 정식으로 성악을 전공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면 그가 예고를 다닌 적은 있지만 생활형편 때문에 제대로 출석도 못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도한 인터넷 신상털기'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최씨는 이날 방송에서 "껌팔이, 일용직 노동자로 살면서도 노래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키워왔다"며 "계단, 공용화장실 등을 전전하며 10년간 하루살이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고, 구타를 당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를 시작했다. 심사위원과 관객들은 풍부한 성량과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료됐다. 심사위원 박칼린과 송윤아는 눈물을 보였다.

박칼린은 노래가 끝난 뒤 "(성악을)제대로 배운 적 없었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누구에게 배운 것은 아니고 혼자 돌아다니다 마스터클래스가 있으면 가서 듣고 연습했다"고 답했다.
방송과 함께 최씨는 '한국의 폴포츠'라는 명성을 얻었다. 트위터, 게시판 등 인터넷 공간에는 최씨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뛰어난 노래 실력을 격찬하는 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일부 트위터러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씨가 고아 출신인 것은 맞지만 대전예고 성악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성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다는 답변은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2007년 12월27일 대전 건양대 병원에서 열린 자선음악회 관련 지역 신문 보도에는 '건양대병원에 입원중인 최성봉(대전예고2, 성악전공)군은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노래를 불러 다른 환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2008년 1월3일 뉴시스가 송고한 '건양대병원, 깜짝 성금 전달…환자들 감동'이라는 기사 속 사진에도 최씨의 모습이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tvN측은 "예술고를 나왔다는 사실은 최씨가 현장 인터뷰에서 이미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 학교는 졸업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tvN측은 "학교 졸업 사실을 (최씨가)밝혔지만 편집 과정에서 이 부분이 방송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CJ E&M의 라이프스타일러 홈페이지에 당시 인터뷰 동영상이 소개돼 있다"고 해명했다. 최씨가 예술고를 다닌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과도한 신상털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 사람의 일생을 1회분 방송에서 모두 담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편집상의 기술로 인한 것을 그가 속였다고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tvN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최씨의 대전지역 예선 인터뷰를 언급하며 "어려운 인생을 이겨낸 그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전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매정함만 보이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예선 인터뷰 동영상에는 예술고 졸업 사실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tvN측도 "그의 재능을 아낀 쉼터 선생님의 추천으로 예술고에 들어갔지만 혼자 생활비를 벌다보니 출석을 제대로 못했고, 개인레슨은 아예 꿈도 못꿨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고교는 졸업해야 했기 때문에 배움보다는 생활비가 급했던 상황"이라고 그의 고교시절 행적을 소개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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