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변화 잘한 종이 강한 종 … 군도 변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광학 전 공군참모총장, 윤용남 전 합참의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부터)이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방부 주관으로 열린 ‘상부지휘구조 개편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토론회서 국방개혁을 놓고 찬반 양측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섰다. [변선구 기자]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방개혁 국민 대토론회는 예상대로 찬반론자들의 날 선 공방이 반복됐다. 예비역 군인들과 시민 300여 명 등 참석자들은 상부지휘구조 개편의 핵심 사항인 각군 본부와 작전사령부 통합, 개혁의 시기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에서 패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일부 청중이 “발언 기회를 더 달라”며 소란을 피우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김관진 국방부 장관=변하지 않으면 적과 싸워 이기는 강한 군대, 시대를 앞서가는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없다. 개혁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경철 국방부 군구조 개혁관=찰스 다윈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종(種)이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대응하는 종이 강한 종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기체계가 첨단화하고 전문화·세분화한 만큼 전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군도 바뀌어야 한다.

 ▶신양호 예비역 육군 소장=6·25 전쟁 중 작전권을 미군에 주면서 미군의 편제를 답습했고 이후에도 고민 없이 수용해 50년 동안 타성에 젖은 부분도 있다. 군 후배들이 내놓은 최선의 안에 대해 예비역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이 부드럽지 못하다.

 ▶김혁수 해군 예비역 준장=각군 총장이 계룡대와 각군 작전본부가 있는 용인·부산·오산을 왔다갔다하면서 무슨 작전을 지휘할 수 있나. C4I(지휘통신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계룡대에서 작전을 지휘할 수 없지 않으냐.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우리 군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지휘부 리더십의 문제였다.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후진국형 통합군제다.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개편안을 철회하고 육군 일색의 국방부와 합참, 국방부 직할부대, 합동부대의 조직을 3군으로 균형 보임하는 게 효과적인 개혁이다.

 토론회에는 국방부 정책 설명회를 거부하며 개혁 반대 입장을 보여온 전직 해·공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찬성파와 반대파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육군항공작전사령관을 지낸 전정환 국민안전운동본부 총재는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있다.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자제하고 김관진 장관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예비역 장성들의 국방개혁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뒤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향후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국방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5일께 국방개혁 공청회를 연 뒤 이달 말 상임위 표결에 들어갈 계획이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