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터넷 업계 최대의 화두는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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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수합병)가 국내 인터넷 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이 메시징서비스 전문업체인 유인커뮤니케이션(대표 이성균)을 인수한 것은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일고 있는 M&A(인수합병)의 바람이 거세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올들어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이뤄진 대형 M&A만 해도 이미 4-5건을 넘어섰다.

다음에 앞서 지난달 데이콤의 PC통신 천리안은 LG인터넷의 채널아이를 흡수통합 했으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두루넷이 PC통신 나우누리의 운영업체인 나우콤을 356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라이코스코리아도 나라비전에 35억원을 출자, 지분의 17.35%를 인수하고 이 회사의 E메일 및 커뮤니티 서비스인 깨비메일(120만명)을 합병했다.

이같은 M&A로 천리안은 자사의 230만 유료회원과 채널아이의 90만 회원을 통합해 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또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두루넷도 컨텐츠를 대폭 강화하게 된 것은 물론 나우누리의 140만 회원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라이코스코리아도 커뮤니티 서비스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특히 라이코스코리아는 올해 합작투자와 벤처인큐베이션, 인터넷 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 등의 방식으로 60여개 업체에 모두 1천억원을 쏟아 붓기로 하는 등 M&A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상태다.

지난해 한글과컴퓨터가 채팅서비스 업체인 하늘사랑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올들어 진행되는 M&A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데다 규모면에서도 기존의 판도와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끈다.

사실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올 한해동안 무차별적인 M&A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견을 해왔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인터넷 업계가 사업을 위한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는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와 자리굳히기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그 핵심이 M&A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 코스닥 시장이 폭발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M&A에 필요한 비싼 주식과 현금 등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 둔 상황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국내 최대 회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E메일 업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도 이같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즉 다음이 포털서비스 업체로 다양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은 포털의 완벽한 구성요건(컴포넌트)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수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회사측은 인수에 나서기 앞서 메시징 서비스를 자체 개발할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 장기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점이 중요한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개발과정에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이미 훌륭한 솔루션을 갖고 상당수 회원을 확보한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앞서 다음은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의 M&A를 꾸준히 추진했으나 네이버측이 포털서비스를 지향하며 경쟁업체로서의 길을 걷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다음의 이명환 부사장은 ''사업기반은 마련됐지만 현재 상태로는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 며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업체가 있다면 어느 업체든 M&A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M&A로 인해 국내 인터넷 업계의 판도가 새롭게 정리되는 원년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움직임을 볼때 다음이 현재 확보하지 못한 홈페이지 서비스나 게임 등을 위해 어떤 사냥감을 물색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무료전화 서비스 자체로는 도저히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또한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합종연횡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게 테헤란로 주변의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허브사이트로 뭉친 개별의 특화된 사이트들도 포털서비스 업체들이 벌이는 M&A 전쟁의 군침도는 먹이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쨋든 국내 인터넷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이 정리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으며 M&A는 무수한 업체들 가운데 옥석을 구분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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