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총 주문수량 비공개로

중앙일보

입력

증권거래소가 다음달 6일부터 주식 총 주문수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주가를 조정할 목적으로 매매체결 가능성이 없는 가격으로 허수(虛數)주문을 내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증권거래소는 다음달 초 주식매매 주문가격 및 수량 공개범위를 현재 3단계에서 5단계로 확대하는 것을 계기로 총 주문수량 잔량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단계 주문공개란 현재가격에 가장 가까운 호가 5개와 수량을 일반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의 이같은 방침은 주문내용을 공개하는 취지가 현재 가격대를 중심으로 매매체결이 가능한 가격과 수량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주자는 것인데 일부 투자자들이 현재 가격대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으로 허수주문을 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호가 공개범위가 5단계로 확대될 경우 대부분의 주문내용이 포함돼 총 주문잔량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며 "더군다나 공개되는 총 주문잔량이 주가형성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총 주문잔량은 그날의 전반적인 수급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역할을 한다" 고 전제, "총 주문잔량에 허수주문이 포함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공개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전체 수급을 파악할 수 없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파악하고 있는 허수주문의 유형은 ▶기관투자가들이 총 주문수량만 표시되는 전장.후장 동시호가 시간에 대량의 주문을 낸 뒤 동시호가 접수시간 마감 직전에 이를 취소하는 것▶매매시간 중에 체결이 불가능한 상.하한가 매매주문을 낸 뒤 취소하는 것▶실제로 주식을 팔려고 할 때 싼 가격으로 대량 매수주문을 내 다른 매수자를 유인하고, 주식을 사려고 할 때는 반대로 높은 가격으로 매수주문을 내는 행위 등이다.

거래소가 지난해 4월 12일~5월 6일 중 30만주 이상의 호가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동시호가 허수주문은 하루 평균 3.5건으로 총 64건에 달했고, 장중 상.하한가 허수주문은 하루 평균 9.9건으로 총 1백79건에 달했다.

호가 규모를 20만주로 할 경우 같은 기간 중 허수주문은 모두 1천20건이나 됐다고 거래소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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