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유가 하반기 20달러 미만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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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산유국들에게 증산을 설득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략비축유에 손댈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존 포데스타 백악관 비서실장이 6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세계은행은 현재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유가가 올 하반기에는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달 27일 회동, 작년 2월부터 시행해 온 감산정책을 앞으로도 계속할 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가운데 세계은행은 감산정책이 지속되리라는 OPEC측의 시사와는 달리 지난 3일 간행한 분기별 세계상품시황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는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데스타 실장은 폭스 TV의 시사대담 프로인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 이상적으로는 "시장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우리는 현재 재량과 미국 법에 허용돼 있는 대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전략석유 비축분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앞서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은 지난주 전략비축분에 손댈 의사가 없다고 밝혔었다.

포데스타 실장은 리처드슨 장관이 이미 몇몇 산유국을 접촉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를 방문할 계획이며 이는 미국 정부가 유가하락을 위해 쏟고 있는 중요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발트해 연안 3국을 순방한 리처드슨 장관은 5일 마지막 방문국인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기자들에게 "고유가를 우려하고 있으나 유가하락에 정치적 고려나 인위적 메커니즘이 개입해서는 안되며 순수한 경제논리에 따라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략석유 비축은 2차 대전중 논의를 거쳐 지난 75년에야 실현됐으며 실제로는 지난 91년 걸프전 초기 꼭 한번 사용됐다. 걸프전은 6주일 동안 계속됐으나 미국의 전략비축분 사용과 산유국들의 증산 덕분에 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 석유는 5억8천만배럴로 유가 상승에 맞서 이를 방출해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됐으나 리처드슨 장관은 산유국들과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비상석유 방출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세계은행 에너지 전문가인 셰인 스트레잇펠은 OPEC가 3월 각료회의에서 원유증산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석유재고가 올겨울 계속 감소해 온 상태에서 생산이 늘지 않으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4월부터는 여름에 대비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므로 결국 높은 유가, 부족한 재고, 강한 수요가 복합작용을 일으켜 OPEC의 생산증가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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