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력 줄줄이 벤처행…대기업 채용 '질저하' 비상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들이 우수한 대학졸업 신입사원을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벤처기업.인터넷 비즈니스 열풍이 불면서 우수 인력이 정보통신업 중심의 벤처와 인터넷 기업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같은 계열사라도 금융.정보통신 쪽에는 우수 인력이 꾸준히 들어오지만, 건설.섬유.기계.중공업 등 이른바 ''굴뚝산업'' 분야에는 입사 희망자가 눈에 띠게 줄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1일 그룹공채 이후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고 있다. 인터넷으로 입사원서를 수시로 받고 있지만 지원자의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 공채때까지는 벤처기업 열풍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그 바람을 신입사원 채용시장에서 실감한다" 고 말했다.

삼성증권.삼성SDS 등에는 외국 유학 경험자나 명문대 출신이 입사를 원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그동안 시험을 치뤄 뽑아온 ''그물식'' 에서 우수 인력에게 미리 유인책을 주는 ''낚시형'' 으로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올 가을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세미나
또래 모임 구성
선후배간 1:1 후견인 제도를 강화하는 등 우수인력의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벤처.다국적 기업과 국내 인력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며 "우수인력을 적극 찾는 공격과 기존 인력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수비를 동시에 펼쳐야 하는 어려운 상황" 이라고 말했다.

LG도 지난해 그룹 공채 이후 인터넷을 통한 상시모집에서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았다.

LG는 앉아서 뽑아온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생에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회사'' 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힘을 쏟기로 했다.

구조조정본부는 최근 계열사에 "지식산업 시대에는 인력이 기업 운명을 좌우한다" 며 "사업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보수에 구애받지 말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라" 고 지시했다.

삼성.LG는 특히 벤처기업들이 입사 3~7년차 주임.대리급의 스카웃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입사원을 상대로 회사의 장기 비전과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이익분배.사내 벤처제도 등에 대해 중점 설명하고 있다.

IMF 체제에서 중단했던 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연수와 안식년 제도를 부활하고, 업적이 뛰어난 직원에게 수천만원 내지 억대의 보상을 실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우수 신입사원 확보를 둘러싼 위기의식은 중견기업 일수록 절박하다. 10위권 그룹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대기업〓안정'' 이란 신화가 흔들렸다" 며 "최근 치룬 신입사원 공채에서 주요대학 졸업자의 비중이 10%선으로 급감했다" 고 말했다.

한화.코오롱.효성 그룹 등은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짓고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하는 새로운 비전을 잇따라 내놓았다.

효성의 경우 공채 신입사원들이 효성 데이타시스템이나 효성정보통신쪽으로 몰리자 그룹 주력사인 ㈜효성의 부장들이 신입사원을 상대로 사업비전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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