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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석 선장, 도망가다 총 맞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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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석해균 선장 왼쪽 복부 위쪽으로 들어온 총탄이 대장을 터뜨리고 간 오른쪽을 파괴한 뒤 오른쪽 옆구리 아래쪽으로 나갔습니다. 이 상처들을 잇는 탄도를 분석하면 도망가다가 맞은 것 같습니다.”(이국종 교수)

 “총탄 자국이 몸의 앞뒤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어떻게 비스듬히 날 수 있습니까.” (변호인)

 “실제 전투 때도 정면으로 맞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움직이다가 비스듬히 맞습니다.”(이국종 교수)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3일째인 25일 검찰과 변호인은 석 선장 주치의인 이국종(사진) 아주대병원 교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석 선장 몸을 관통한 총탄의 탄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석 선장을 관통한 탄환이 위독한 상태에 빠뜨렸음을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변호인들은 탄도에 의문을 표시하며 해적들의 총격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이 교수는 “왼쪽 손목과 팔꿈치 사이를 관통한 총알도 동맥 한쪽을 거의 끊을 정도로 심한 손상을 입혔다. 석 선장에게 치명상을 준 총알은 모두 같은 방향에서 발사됐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온 김동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원 분석실장은 “싱크대의 탄흔을 분석해 본 결과 1∼3m 떨어진 곳에서 아래쪽을 향해 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는 싱크대 앞바닥에 엎드려 있던 석 선장을 향해 해적이 총을 쏜 것을 의미한다.

 마호메드 아라이가 1월 21일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삼호주얼리호 조타실에서 총을 들고 있었다는 다른 해적들의 증언이 나왔다. 아울 브랄렛과 압디카더 이난 알리도 “조타실에 아라이가 총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브랄렛은 증언을 마치며 “검사님, 앞으로는 다시 해적질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구치소에서 배운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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