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송지선 아나운서를 괴롭힌 SNS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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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찰은 어제 송지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개운치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어두운 측면 때문이다. 송씨는 투신 직전 쓴 글에서 ‘미니홈피’와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트위터에 남긴 한 자 한 자에 깊은 후회를 나타내며 이것이 “먹잇감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또 ‘미니홈피’의 글도 해명하면서 “가슴이 쩡 깨질 것 같은 우울함”을 호소했다. SNS를 통한 집단 괴롭힘에 몸서리친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현대인은 SNS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송씨가 가입한 미니홈피는 회원이 3000만 명에 이른다. 트위터도 227만 명이다. 페이스북·미투데이·마이피플·카카오톡 등을 합치면 전 국민의 85%가 SNS를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SNS가 ‘무제한 소통’이라는 밝은 면 외에 ‘무차별 폭력’이란 악마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악성 댓글과 사이버 스토킹이 대표적이다. 송씨도 자신이 남긴 글이 네티즌의 무한복제로 확산되면서 무차별 악성 댓글에 괴로워했다. 익명(匿名)과 다중(多衆)에 숨어 ‘신상 털기’와 인신 공격을 일삼는 네티즌들이 주범이다. 지금은 표적이 송씨와 인연이 있는 야구선수로 옮겨졌다고 한다. 정말이지 남의 일이 아니다.

 네티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바로 사이버 공간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 ‘텔올(Tell-All)세대’의 저주다. 최근 미국의 네티즌들은 과거의 디지털 흔적을 지우느라 쩔쩔맨다고 한다. 취업 때 기업들이 신상파악을 위해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 때문이란다. 흔적 말소 대행업체까지 생겼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한다. 무심코 저지른 SNS 폭력이 언젠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와 비수로 꽂힌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구촌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SNS는 잘 쓰면 약이다.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도구로, 독재국가의 재스민 혁명 도화선으로, 돈 안 드는 선거운동으로 훌륭한 서비스다. 그러나 잘못 쓰면 모두에게 독(毒)이 된다. 첨단 SNS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윤리의식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