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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체험학습장 ② 아이스 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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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추워” “선생님 손이 시려요.”“손발이 꽁꽁 얼 것 같아요.” 여름을 코앞에 둔 요즘에도 이곳에 가면 추위에 떠는(?) 아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계절 녹지 않는 얼음전시물과 조각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 가볼 만한 이색 체험학습장 두 번째 순서는 바로 아이스 갤러리(서울 종로구 화동)다.

 지난 23일 오후 2시. 아이스 갤러리에 서울 재동초등학교 2학년 학생 16명이 방문했다. 유치원생들이 얼음조각 전시관에 들어가 있어 이들은 순서를 바꿔 얼음조각 체험을 먼저 하기로 했다. 나눠준 직육면체 얼음 덩어리를 조각도로 깎아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체험이다. 처음 이곳에 온 학생들은 가장 쉬운 얼음 컵을 만든다.

 “조각도는 편리한 도구지만 아주 위험하기도 해요. 그래서 조심해서 다뤄야 해요. 반드시 날이 자기 몸을 향하게 들고 얼음을 깎아 냅니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아이들이 얼음을 깎기 시작한다. 지난해 아이스 갤러리를 한번 다녀갔다는 조서현양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능숙하게 조각도를 놀린다. 김도훈군도 지난해 와본 경험이 있다며 파인애플 모양 컵을 만들겠다고 친구들에게 큰소리쳤다.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얼음을 깎던 김군이 갑자기 울상을 지었다. 손잡이를 너무 얇게 깎은 나머지 깨져 버린 것. 그러나 곧 “손잡이 없는 컵을 만들어보는게 어떠냐”는 스태프의 제안에 금세 얼굴이 밝아진다.

 30여 분을 씨름한 끝에 작품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얼음컵이 만들어지면 물에 씻어 음료수를 직접 따라 마신다. 결국 ‘아령(운동기구) 잔’이라 명명한 컵을 만든 김군은 “여기다 음료수를 따라 마시니까 더 시원한 것 같다”며 “잔을 더 깎아서 크게 만들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학생들의 작품 가운데 3개를 선정해 시상식을 열었다. 스태프의 도움 없이 손잡이까지 그럴싸하게 만든 김태경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양은 시상식에서 얼음 마이크를 들고 “얼음조각을 처음 해봤는데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이 끝나고 이동한 곳은 얼음조각 전시관. 아이스 갤러리의 얼음 조각가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조각들이 전시된 곳이다. 길이 10m에 이르는 얼음 미끄럼틀을 비롯해 아이들 5명 정도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이글루, 남대문,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등 각종 조각물을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전시를 위해 전시관 전체가 냉동고로 이뤄져 섭씨 영하 5도를 유지한다.

 미리 준비된 겨울 점퍼를 입은 아이들은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뛰어다닌다. “얘들아, 여기 들어와 봐. 진짜 이글루야.” “와 북극곰이다. 내가 바로 북극곰을 타는 카우보이다.” “미끄럼틀이 그래도 제일 재미있어.”

 항상 녹아내리는 얼음만 봐온 아이들에겐 녹지 않는 얼음 조각상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인솔한 재동초 김지혜 교사는 “갤러리라고 하면 조용히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곳만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직접 전시물을 만져볼 수 있는데다 얼음조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교육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미술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재동초로서는 인근의 미술체험학습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아이스 갤러리를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원택 관장은 “얼음이 갖고 있는 성질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고 얼음 조각을 체험하면서 미술적 감각도 키울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인기”라며 “재동초등학교를 포함해인근의 학교와 협의해 정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아이스 갤러리를 찾은 초등학생들이 얼음 조각상을 만져보고 있다. 이 곳에는 얼음미끄럼틀, 남대문, 자유의 여신상 등 각종 얼음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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