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문턱 낮아진 토지시장 볕들까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정부가 24일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푼 것은 3·22 대책이나 5·1 부동산대책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들 대책이 거래가 끊긴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인위적 부양책이었다면, 이번 허가구역 해제는 땅값 안정에 따른 후속 조치에 가깝다.

실제로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의 땅값 변동률은 연 평균 1% 선이다. 2009년에는 0.96% 올랐고, 지난해에는 1.05% 오르는 데 그쳤다. 올 들어선 3월 말 현재 전국 평균 0.1%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토지 거래량은 2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에는 2009년보다 7.9%나 줄었고, 올 들어서는 필지 수는 조금 늘었으나 거래면적은 감소했다. 땅 투자에 관심을 둘 만한 특별한 재료가 없는 데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투자 심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토지시장 안정 따른 규제 완화

토지건설팅업체인 가야컨설팅 이승진 사장은 “공장·창고용지 등을 찾는 실수요자는 있어도 투자 목적으로 땅을 구하는 사람은 없다”며 “지난해 말 허가구역을 대거 푼 이후에도 토지시장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마당에 굳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이유가 있겠느냐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대개 군사시설·상수원보호구역 등 개발이 사실상 안되는 규제지역이나 공원·국공유지 등이다.

국토해양부 토지정책과 이두희 사무관은 “개발이 끝났거나 개발 가능성이 작아 가격 불안 우려가 적은 땅”이라며 “그런데도 거래가 묶여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아 허가구역에서 해제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반기는 편이다. 앞으로 시·군·구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땅을 사고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허가를 받아 취득한 토지에 대한 이용 의무(농업용 2년, 주거용 3년)가 사라진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땅을 마음대로 팔 수 있고, 투자자로서는 토지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땅 투자 수요가 확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실거래가신고제 등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토지컨설팅업체인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무엇보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돼있어 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시장에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매수세가 드물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허가구역 해제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토지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땅은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당장은 개발 계획이 없어 불안하지 않지만, 허가구역 해제 예정지 주변에서 개발사업이 벌어지면 땅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투기 모니터링 강화하기로

정부는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뒀다고 한다. 우선 땅값 불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아예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발사업지역과 그 주변 지역, 개발예정·가능지역 등이다. 또 해제 예정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두희 사무관은 “매달 집계하는 땅값 변동률 등을 통해 해제 예정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거나 투기대책반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땅값이 불안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