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진료한 환자를 “124번 진료” 건보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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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치료받은 것으로 속여 건강보험 진료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한 병·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약국 등의 명단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진료비 허위청구로 행정처분을 받은 219개 요양기관 가운데 진료비 청구액이 1500만원 이상이거나 허위청구액의 비율이 전체 청구액의 20%를 초과하는 14곳의 명단을 24일 공개했다. 이 명단은 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과 특별시·광역시, 시·군·구 홈페이지에 6개월간 공개된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동진한의원은 ‘습열두통’으로 한 차례 진료한 환자를 124차례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진료비를 건보공단에서 받았다. 이 한의원은 이 환자가 해외에 나간 13일 동안에도 진료한 것처럼 꾸몄다. 또 투여한 적이 없는 약재(구미활강탕)를 투여한 것으로 꾸미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법으로 20개월간 건보공단에서 2억487만원을 탔다. 복지부는 허위진료비를 환수하고 184일간 한의원 영업정지, 9개월간 한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했다. 또 형법상 사기죄로 고발했다.

 이번 명단에는 한의원 5곳, 병원(30병상 이상) 2곳, 의원 5곳, 치과의원 1곳, 약국이 1곳 등이다. 이들이 허위로 탄 진료비는 6억2300만원이다. 허위금액이 1억원 이상이 1곳이고 5000만∼1억원 미만도 2곳에 달했다. 복지부 김철수 보험평가과장은 “매년 적발되는 부당진료비만 2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올해 명단이 공개된 기관에는 한의원이 늘었다. 지난해는 13곳 중 한의원은 1곳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약 시장이 위축되자 한의원들이 건강보험이 되는 진료로 눈을 돌리면서 허위청구가 늘어난 것 같다”며 “보험과 비보험 진료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의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하늘토한의원은 건보공단에 청구한 진료비의 52.8%가 허위청구한 것이었다. 복지부는 “이 한의원의 허위청구액이 3000만~4000만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또 강동구 로데오의원은 보험이 안 되는 진료를 해 환자에게서 진료비를 다 받고도 건보공단에 또 진료비를 청구했다가 적발돼 업무정치 138일 처분을 받았다. 전북 군산의 현대약국은 약제비를 허위로 청구했다가 114일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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