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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캘러웨이·아디다스 제친 핵심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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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박현주(53·사진) 미래에셋 회장이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 길에 오른 것은 2001년 3월이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주요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국내 투자만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다. 박 회장은 ‘사업의 국제화’를 생각했다. 3년 뒤 홍콩법인을 세워 ‘국제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꼭 10년, 지난주 마침내 첫 열매를 수확했다. 미래에셋맵스운용 사모투자펀드(PEF)가 휠라코리아와 함께 세계적인 골프공 ‘타이틀리스트’와 골프화 ‘풋조이’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아큐시네트 컴퍼니를 인수한 것이다. 토종 사모펀드가 세계 1위 브랜드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투자지도를 바꿀 대형 사건”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을 지휘한 박 회장을 22일 인터뷰했다. 그는 “곧 미국과 캐나다로 (출장)가 (새로운 M&A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대형 해외 M&A를 3~4건 더 성사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지인과 골프를 칠 때 타이틀리스트 웨지를 사서 쳤는데 싱글을 했다”며 매우 기뻐했다.

 -이번 인수는 어떻게 시작됐나.

 “올 1월 글로벌 네트워크(해외 투자은행)를 통해 미래에셋에 제의가 왔다. 매각 주간사는 모건스탠리 뉴욕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국내 대형 기관과 기업 등과 접촉했다. 휠라코리아도 이때 접촉하게 됐다.”

 -골프공 회사를 고른 이유가 있나.

 “미래에셋이 해외 M&A를 할 때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해당 브랜드가 있는 나라나 진출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가, 그 브랜드가 시장에서 압도적인가 등이다. 이런 조건이 맞아야 M&A때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회복할 수 있다. 아큐시네트 컴퍼니는 이 모든 것을 충족했다. 브랜드 가치가 좋았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캘러웨이·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고전했다. 이들이 제시한 가격과 우리가 던진 가격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 직원들은 하루 20시간씩 매달렸다. 직원들의 고생이 컸다. 나는 큰 틀의 방향만 정했다.”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과의 인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나.

 “중국 공략 전략을 제시했고 이게 먹혔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은 짝퉁 천국 중국이 아직 완전히 베껴내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제품이다. 한국 기업이 인수하면 지금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고 아큐시네트 측을 설득했다. 이런 전략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의의는.

 “토종 사모펀드(PEF)도 외국과의 경쟁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거다. 물론 운도 따랐다.”

 -또 이런 M&A를 계획 중인 게 있나.

 “올해 안에 3~4건을 더 성사시킬 계획이다. 이 가운데는 초대형 M&A도 몇 건 포함돼 있다.”

 -경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재 경영진과 잘 해 나가겠다. 아큐시네트는 압도적인 1위 브랜드이기 때문에 많이 바꿀 필요가 없다.”

미 골프시장 1위 아큐시네트

● 골프공 : 타이틀리스트 60.9%

● 골프화 : 풋조이 56.5%

● 골프장갑 : 풋조이 61.1%

자료: 데이터테크, 2010년 점유율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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