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제한 토론회…14일 중고생 광화문 등서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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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제한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불법행위다." "적절한 두발 제한은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을 막는 효과가 있다."

1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학생 두발 제한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토론회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법률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강제이발 등의 강압적 단속은 안 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두발 제한 자체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두발 자율화 운동을 주도하는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 운영자 이준행(20)씨는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는 가장 중요한 인권"이라며 "두발 제한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서울의원인 정재우군도 "두발 규제는 학생에 대한 감시와 차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송병춘 변호사는 "머리모양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며, 이에 대한 제한을 허용하는 헌법적.법률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두영택 남성중 교사(교총 소속)는 "교육적 차원의 두발 제한 규정을 굳이 확대해석해 인권침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며 "제한 없는 두발 자율화는 기본 생활태도를 무너뜨리고 일탈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두발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림고 송효원 교사도 "한 달 전에 한 학생이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 사고를 냈는데, 그 학생이 머리를 길러서 성인인 줄 알고 술을 팔았던 게 아니겠느냐"며 "학교가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과 사회를 모두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발규정 제정을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교육부 박교선 연구사는 "정부가 두발 자율화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며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민주적 합의를 통해 규정을 학교별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두발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인권 문제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김영삼 대신고 교사(전교조 소속)는 "학교 내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인 권력관계 때문에 대등한 논의가 불가능하다"며 학생회 법제화 등 제도부터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학생인권수호 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에서 주최하는 '두발 자율화'집회는 14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집회 현장에 본청 직원 181명과 고교 교감.생활지도부장 584명,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363명 등 총 1128명을 배치해 안전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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