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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지역 따라 맞춤설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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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우자동차판매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충남 당진에서 아파트 580가구를 분양하기 위해 석 달간 수요 조사를 했다. 당진은 산업단지여서 교대근무가 많은 공장근로자들이 주요 수요층이었다. 회사는 교대 근무자들이 낮에 잠을 잘 수 있는 알파룸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대우자판 우명구 상무는 “어느 곳이든 지역을 상징하는 수요층이 있고 따라서 상품 구성도 달라지게 마련”이라며 “당진의 경우 알파룸 주택형이 같은 단지의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빨리 팔렸다”고 전했다. 이는 아파트가 ‘지역 색’을 띠는 한 사례다. 겉이 같다고 해서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주거문화가 다르고 수요층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타깃별로 다른 주택상품=당진처럼 산업단지 주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근로자들의 생활패턴이 많이 반영된다. 현대건설이 경남 거제시에 짓는 수월 힐스테이트에는 현관에 작업복·장화 보관함이 따로 설치되고 공기정화시설도 갖춰진다.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토바이·자전거 전용주차장을 만든다. 현대건설 상품개발실 이응찬 팀장은 “30대 거주자가 많다 보니 어린 자녀들의 유치원 및 등교 셔틀버스 대기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에 짓는 푸르지오하임은 전용 85㎡의 타운하우스로 구성된다. 대우건설은 인근 서판교 일대에 퇴직·은퇴 수요자들이 많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저층에다 테라스형으로 설계한 상품을 내놨다. 대우건설 홍순범 마케팅팀장은 “저밀도이면서도 주거편의성이 좋은 구조여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많이 계약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말 서울 흑석동에서 분양한 센트레빌2(963가구)는 중앙대·숭실대 학생 임차인을 겨냥한 아파트다. 은퇴를 맞은 장년층이나 노인층이 학생에게 세놓을 수 있도록 부분임대형으로 설계한 것이다. 분양 당시 이 구조가 가장 일찍 팔렸다고 동부건설 측은 전했다. 이 회사가 인천시 귤현동에 짓고 있는 계양센트레빌(2155가구)에서는 한강 아라뱃길과 연계한 시설이 눈에 띈다. 아라뱃길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활용토록 단지 안에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고 자전거 전용주차장 및 바이크 스테이션(자전거 세척 및 정비공간)을 설치한다.

 ◆아파트에 반영된 정서·문화=주택시장에서 가장 보수적 구매 패턴을 보인다는 대구·경북은 아파트 구조도 ‘보수 냄새’가 많이 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LDK평면(거실과 주방이 함께 있는 구조)’이 이곳에서는 기피 대상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가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이 다음 달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분양하는 신천자이의 경우 주방 앞에 높은 장식장을 놓아 거실에서 보이지 않게 했다. GS건설 변성운 인테리어팀장은 “2007년 대구에서 LDK 구조를 분양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엔 지역 주민의 정서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목포에서는 전통 인테리어가 많이 적용된다. 피데스개발은 올 8월 이곳에서 분양할 560가구를 설계하면서 현관과 붙은 방을 한실로 꾸며 전통 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

 기후와 지형 조건도 아파트의 형태를 결정한다. 부산시 해운대나 인천시 송도 등 바닷가 아파트는 남향 여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바다 조망권을 더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서울의 주택소비자들도 대부분 향보다 조망권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컨대 강남의 한강변 아파트는 북향으로 지었지만 가장 많은 인기를 모은다. 반면 광주·대구에서는 조망보다 향이 훨씬 중요하다. 집을 지을 때 남향으로 배치하는 우리의 전통가옥 형태를 아파트에서도 이어가는 게 대체적인 정서다. 대우건설 주택기술팀 유승렬 차장은 “수도권에서는 경관을 고려해 조망권에 신경 쓰고 지방은 무조건 남향 위주로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춘천 수요자들은 호수 옆을 피하는 편이다. 연간 100일 이상 안개가 끼면서 겨울이 길고 추운 이유가 호수 때문이다. 따라서 채광과 환기가 잘 되고 에너지 성능이 높은 주택이 인기를 끈다. 현대산업개발이 다음 달 분양할 춘천시 장학아이파크에 대해 효율이 높은 보일러와 단열효과가 큰 유리로 시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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