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MBC뉴스데스크 ‘살인장면’ 보도, 한 두번이 아니다 …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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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뉴스 캡쳐)


MBC 뉴스데스크가 15일 가족을 살해하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을 방영해 시청자의 비난을 샀다. 끔찍한 장면을 방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모자이크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비난의 강도는 더 컸다.

방송심의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은 고려해 심의에 착수했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평소 자신과 누나를 무시하던 매형에게 앙심을 품고 식당에서 각목과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박모씨의 사건을 보도했다. 식당 내 설치된 CCTV 화면을 자료로 방영했다. 이 화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가리는 범위가 좁아 폭행을 당하는 피해자의 상황이 상당부분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MBC 홈페이지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박씨가 둔기로 때릴 때마다 매형의 다리가 어떻게 되는지 보였다” “막장 뉴스다. 어떻게 잔인한 영상을 여과없이 내보낼 수 있나” “끔찍하다. 너무 무서워 꿈에 나타날까 겁난다” “맞아 죽는 게 어떤 것인지 뉴스데스크 통해 알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뉴스데스크는 뉴스 말미에 사과하고 인터넷 ‘바로보기’에서 삭제했다.

◇"의도된 자극 아니냐"=뉴스데스크가 참혹한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낸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눈길에 미끄러진 버스에 치여 즉사한 한 시민의 모습을 보도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그 자체가 소름을 돋게 했다. 시민의 신체 일부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공식 사과했다.

이뿐 아니다. 2004년 5월에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칼을 빼들고 미국인 인질의 머리를 잘라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을 연속해 방영했다. 당시 KBS와 SBS는 괴한이 인질을 쓰러뜨리는 장면만 방영했다. 2002년 8월에는 남편이 부인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방송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자료화면은 취재기자→편집기자→부서장 등 3단계를 거쳐 모니터링을 한다. 참혹한 장면이 담긴 이런 화면이 나간 것 자체가 의도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이준웅(신문방송학) 교수는 “이같은 실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가족이 모여 보는 뉴스에서 살인 장면이 노출될 수 있느냐”며 “조금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시청자에게 전하는 뉴스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MBC 방송강령에는 ‘참혹한 자살 또는 범죄 수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방송심의규정 제37조와 제38조는 살상도구를 이용해 폭력ㆍ살인 등 충격이나 불안감 등을 줄 수 있는 장면을 방송해서는 안되고 살인 등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심의위원회 관계자는 “19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방송법 위반 여부를 심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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