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의 역설’ 일반고 갈수록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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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대학생이 된 학생들이 치른 대학 입시(2011학년도)에서 서울 강남의 휘문고는 서울대 20명(최종 등록자 17명), 연세대 75명, 고려대 50명의 합격자를 냈다. 이 학교 출신으로 수능을 치른 학생은 모두 1117명. 휘문고는 ‘SKY대(서울·고려·연세대)’ 합격률 13%로 서울지역에서 1위를 했다. 중산고(9.3%), 양정고(9%), 세화고(8.9%)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적은 외국어고 앞에선 초라해진다. 서울 6개 외고의 졸업생 대비 세 대학 합격률은 평균 28.2%다. 대원외고는 54.6%로 휘문고의 4배나 된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 서울지역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 비율이 외고 출신의 8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 전체 일반고 208곳 중 대학 진학 현황 조사에 응한 132곳을 분석한 결과다. 76곳은 여러 이유로 응답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고교 평준화(1974년 시행) 이후 일반고의 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81년 서울대에만 67명을 보냈던 서울 B고는 90년대부터 하향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6명만 합격했다. 고교 입시 과열을 막는 대신 잘 가르쳐 학생들의 실력을 골고루 끌어올리겠다며 도입한 ‘평준화 정책의 역설’이다. 실제로 조사에 답한 일반고의 수능 응시 인원(재수생 포함)은 9만2793명으로, 6개 외고(3699명)보다 25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세 대학 합격자는 일반고 3283명, 외고 1042명으로 3배 차이에 불과했다. 외고의 세 대학 합격률(28.2%)이 일반고(3.5%)의 8배나 돼서다.

 교육계에선 일반고가 평준화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 것이 평준화의 치명적인 실패”라 고 지적했다. 박범덕(서울 언남고 교장)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 회장은 “학생 선발권이 없는 일반고는 특목고와 달리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이 적은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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