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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꼼짝마라, 요 지긋지긋한 벌레들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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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인간은 오랜 세월 벌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집트 18대 왕조(기원전 1750~1304년)에 쓰인 ‘사자의 서’에도 “나에게서 떨어져라, 이 미천한 바퀴벌레여”라며 제단에 향을 피워 훈증 소독을 했을 정도니까.

3000여 년이 지났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집 구석에 숨어든 바퀴벌레·개미·집먼지진드기부터 화초에 엉겨붙은 응애·진딧물·총채벌레까지. 벌레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쉽게 없앨 수 있다. 따뜻한 봄을 징글징글하게 만드는 벌레의 습성과 없애는 방법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 사진=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도움말=원예특작과학원 강택준 박사, 을지대 위생해충방제연구소 양영철 박사,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 참고서적=『바퀴벌레』(데이비드 조지 고든, 뿌리와이파리),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제프 스위머, 함께읽는책)

화분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에 사는 주부 이지현(36)씨는 아파트에서 꽃·화초를 키운다. 봄볕이 따사해지면서 겨우내 잘 관리했던 화분을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놨다. 그런데 올 4월 하순부터 아끼는 벤저민 고무나무의 잎이 누렇게 마르고 잎 뒷면이 끈적끈적해졌다. 심비듐(난초의 한 종류)은 활짝 핀 꽃이 이내 시들시들해지더니 며칠도 못 가 툭 떨어졌다. 잎과 꽃을 자세히 보니 점보다도 작은 뭔가가 붙어 있었다. 벌레의 습격이었다. 벌레를 초기에 제대로 없애지 못하면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무시무시하게 번식한다. 진딧물·응애·총채벌레·깍지벌레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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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진딧물

벤저민 고무나무를 습격한 녀석은 진딧물이다. 크기는 1~2㎜. 식물의 잎과 어린 순에 관을 꽂고 즙을 빨아먹는다. 어린 순을 공격하기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이내 시든다. 4월부터 알이 부화해 활동을 시작한다. 암컷 진딧물은 수컷 없이도 하루에도 몇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또 수가 늘어나 먹이가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들면 날개가 돋아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일단 많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잡아서 죽이고, 피해가 심한 부분은 제거해야 한다. 원예특작과학원 강택준 박사는 “진딧물 방제를 위해 농가용으로 만든 저독성 농약도 있으나 가정에서 사용하기를 권하지는 않는다”며 “시중에서 파는 친환경 해충 방제용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정한 스파이더맨, 응애

응애는 아주 작은 거미다. 크기가 0.5~1㎜다. 화초나 꽃에 아주 가느다란 거미줄이 쳐져 있다면 응애의 피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응애는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쏴서 그네 타듯이 다른 식물로 옮겨다닌다. 4~5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응애는 잎에서 엽록소를 빨아먹어 흰색·은색의 반점을 남긴다. 꽃봉오리도 먹는데 피해 부위에는 흰색·노란색의 반점이 생긴다.

응애는 난황유를 뿌려 제거하는 게 가장 좋다. 난황유는 채종유·카놀라유·해바라기유 등에 달걀 노른자를 섞어 만든다. 식용유 60mL에 노른자 하나를 넣고 믹서기로 섞은 뒤 물에 200분의 1 정도로 희석시켜 화초에 뿌리면 된다. 난황유가 응애의 피부에 코팅돼 질식사시킨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밀폐된 공간에 여러 번 뿌리면 난황유가 썩어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벌레계의 초신성, 총채벌레

총채벌레는 주로 5~6월에 생기고 8월까지 극심한 해를 끼친다. 꽃봉오리가 생기는 시기에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 갉아먹는다. 크기는 0.5~2㎜인데 자세히 보면 집게벌레처럼 생겼다. 무엇보다 이 녀석은 없애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매일 총채벌레가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해를 입은 곳에는 은색의 자국이 남고 작은 반점이 생긴다. 하얀 종이를 총채벌레가 의심되는 잎이나 가지 밑에 대고 툭툭 털어 본다. 피해가 생긴 곳은 일찌감치 잘라주는 게 좋다. 끈끈이트랩을 화분 주위에 설치해 총채벌레를 유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천하무적 깍지벌레

깍지벌레는 어릴 때는 식물 위를 기어다니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한 자리에 붙박고 깍지를 뒤집어쓰고 산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없애기가 무척 힘들고 약을 뿌려 죽이더라도 식물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관상 안 좋다. 다행인 점은 가정에서 많이 기르는 일반 화초류에는 잘 생기지 않고 수목에만 해를 입힌다는 것. 크기는 2~3.5㎜로 광택이 있는 갈색이고 납작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깍지벌레는 약도 안 듣고 잘 떨어지지도 않는 골칫덩이다. 없애기 위한 약 자체도 수목용이라 고독성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가정의 수목에 한번 발생하기 시작하면 손쓸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처음 생기기 시작할 때 해를 입은 가지는 아예 잘라버려야 한다.

집 벌레와 인류의 힘 겨루기는 수천 년 넘게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게 바퀴벌레·개미·집먼지진드기다. 박멸은 힘들더라도 집 안의 바퀴벌레를 모조리 없애거나 생활습관을 바꿔 벌레들이 발붙이기 힘든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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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왕, 바퀴

뛰어난 운동신경과 반사신경, 왕성한 번식력과 생존력. 벌레의 왕 자리에 군림할 만하다. 빠른 바퀴는 1초에 1m를 넘게 가는데, 질주할 때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을 살짝 들고 뒷다리 두 개로만 달린다. 꼬리의 털은 공기의 흐름까지 감지한다. 사람의 말소리나 걷는 진동을 느끼면 바로 ‘도망가라’는 전기 신호를 신경으로 다리에 바로 전달한다.

바퀴는 먹이로 섭취한 것의 일부를 토해내는 습성이 있어 병균을 옮기고 다닌다. 먹을 것은 반드시 뚜껑이 있는 용기에 넣어둔다. 설거지는 먹은 즉시 한다. 물이 고인 곳은 바로 치운다. 위생해충방제연구소 양영철 박사는 “아파트의 경우 한 집만 하는 것으로는 소용이 없고 전체 아파트가 동시에 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독성이 있는 먹이를 사용하는 법도 쓸 만하다. 바퀴벌레를 죽일 수 있는 프로폭시나 히드라메틸렌 성분이 든 약제를 부드러운 빵 등에 섞어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둔다. 붕산을 먹이에 섞는 것도 괜찮다. 설치에도 요령이 있다. 바퀴벌레는 개방된 공간을 꺼리고 벽 모서리를 타고 움직인다. 그러므로 벽 모서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하되 이동 경로를 고려해 다양한 높이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눅눅한 싱크대에는 필수다.

영리한 벌레, 개미

개미는 영리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퇴치하기 매우 힘들다. 침개미·왕침개미 등은 독침으로 사람을 문다. 개미종에 따라 세균을 퍼뜨리는 녀석도 있다. 개미를 없애는 대표적인 방법은 설탕·빵·육포 등을 잘게 부순 뒤 붕산에 섞어 개미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두는 것이다. 바퀴에도 사용하는 방법인데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여기에 곤충성장억제제 등의 독먹이를 섞는 것도 괜찮다. 먹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갈아준다. 이 방법은 독이 몸에 축적되면서 서서히 죽기 때문에 일개미가 독먹이를 여왕개미와 애벌레에게 먹이는 시간적 여유도 준다. 보통 1~2주일이면 효과를 보지만, 개미 집단이 클 경우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개미의 피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싶을 때는 고무를 쓰는 게 좋다. 개미는 고무 냄새를 싫어한다.

각질 먹고 사는 집먼지진드기

집먼지진드기의 학명인 ‘더마토파고이테스(dermatophagoides)’는 ‘비듬을 먹어치운다’는 뜻이다. 각질을 먹고사는 청소부다. 배설물이 인간에게 여러 가지 염증을 일으킨다. 집먼지진드기가 1g의 먼지 속에 100마리 이상 살면 피부염·알레르기 등이 생길 수 있고, 500마리 이상 살면 증상이 심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일반 가정의 경우 1g의 먼지 속에 집먼지진드기가 약 100마리 산다.

집먼지진드기를 완전히 집안에서 없애버리는 것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크기 0.3~0.4㎜에 8개의 다리마다 갈고리가 달려 있어 면직물에 얽어 붙어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습도. 대기 중의 수분을 피부로 흡수한다.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면 체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죽는다. 또 햇빛을 싫어하므로 침구류 등은 자주 밖에서 털고 말리는 게 좋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세탁하고, 빨 때는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삶으면 진드기가 죽는다. 알레르기가 심한 가족이 있다면 이불·침대 등에 진드기 방지 커버를 덮거나 비닐로 싸두는 것이 좋다. 계피·유칼립투스 추출물을 알코올에 10% 정도로 희석해 뿌려도 효과가 있다.

방역업체 도움 받으려면

바퀴·개미가 들끓어 개인적으로 퇴치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으면 방역업체를 통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방역업체는 가격·경력·실력이 천차만별이므로 신중히 골라야 한다. 주택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이 사는 공동주택은 3~6개월에 한번 이상 해충·세균 구제를 위해 소독을 하도록 돼 있으므로, 아파트 단지에 살면 전체 소독을 할 때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인가받은 방제업체는 대체로 한국방역협회에 등록돼 있다. 약 650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라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가급적이면 협회 소속 업체를 권한다.

 방역업체를 이용할 경우 무엇보다 사업 경력을 확인한다. 3년 이상 돼야 경험이 있는 업체라 볼 수 있다. 무조건 살충제를 사용하려고 하는 업체는 피한다. 해충을 방제하기 전 사전조사를 하는지, 화학적·물리적 방제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는지 물어본다. 사람이 사는 집안에 하는 방역이므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지도 알아본다. 가격도 주요 변수. 방역협회 표준단가표에 의하면 단독주택(100㎡ 기준)의 경우 1회 비용은 11만1000원. 하지만 이는 최저 단가이므로 이보다 비용을 더 받는 경우가 많다. 표준단가표는 협회 홈페이지(www.ikpc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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