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출국 중 한국이 가장 많이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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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다. 2008년 8월 수입이 재개된 지 2년7개월 만이다. 15일 미국 상무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 3월 한국에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2만8875t이었다.

이달 미국의 전체 쇠고기 수출량(11만1261t)의 26%가 한국으로 수출된 것이다.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출 시장이었던 멕시코에 수출된 양(1만9994만t)보다 1만t 가까이 많은 양이다.


지난해 같은 달 한국 수출량(6801t)과 비교해도 3.2배 이상 늘었다.

 한국 수출량이 멕시코를 앞선 것은 2월부터다.

1만t 안팎으로 들쑥날쑥하던 한 달 쇠고기 수출량이 2월 들어 갑자기 1만8889t으로 확 늘었다. 같은 달 미국의 전체 쇠고기 수출량의 21.1%를 기록하며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쇠고기 수출이 급증한 건 지난해 11월 발발한 구제역의 영향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제한 조치를 하다보니 국내산 쇠고기 출하량이 급감한 것이다. 출하량 변화가 본격화한 2월부터 매달 50%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보인 것이 증거다. 올 들어 3월까지 한국에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 누적 물량은 모두 6만265t.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으로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6만3817t)와 거의 비슷할 정도다.

 하지만 통계 작성 기준이 한국과 달라 이 수출량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왔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수입육협회의 수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2월 7181t, 3월 1만3411t에 불과하다. 미국의 수출 통계와 비교하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양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기윤 검역정책과장은 “미국은 수출 통계를 잡을 때 뼈와 고기가 포함된 ‘지육’을 기준으로 하고, 한국에선 이 중 한국에 수입되는 고기 부분(정육)만 기준으로 환산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크게 늘긴 했지만, 아직 국내에선 호주산 쇠고기가 수입 물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농가는 구제역을 계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느는 걸 우려하고 있다. 남호경 한국한우협회장은 “한우 농가는 비교적 구제역 확산을 잘 막은 편인데도 살처분 장면들이 보도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며 “이 틈을 타서 이렇게 쇠고기 수입이 늘고 있으니 중소 한우 농가가 버텨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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